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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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공항 면세점 CEO만 40년 지낸 맥러플린 별세

아일랜드 출신의 면세점 경영 전문가
1983년 두바이 공항 면세점 개점 주도
2024년 초까지 CEO 맡아 급성장 이뤄

세계에서 가장 큰 면세 구역을 가진 공항으로 통하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국제공항 면세점의 콜름 맥러플린 최고경영자(CEO)가 8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아일랜드 국적의 맥러플린은 두바이가 아직 사막이나 다름없던 시절 그곳에 자리를 잡아 중동을 대표하는 현대적인 대도시로 성장하는 모습을 생생히 지켜본 산증인으로 꼽힌다.

아일랜드 출신의 면세점 운영 전문가 콜름 맥러플린(1943∼2024). 그는 1983년 UAE 두바이 국제공항 면세점 개점 때부터 CEO를 맡아 40년 넘게 두바이 면세점을 이끌었다.

1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올해 초 두바이 면세점 CEO에서 물러난 맥러플린이 지난달 30일 사망했다. 두바이 면세점 측은 “짧은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고만 밝혀 구체적 사인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맥러플린이 CEO에서 퇴임할 당시 두바이 면세점은 직원 6000여명, 매출 규모 20억달러(약 2조7600억원)의 대형 기업으로 성장해 있었다. 이를 의식한 듯 UAE 총리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두바이 군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두바이 면세점을 40년 넘게 운영하며 글로벌 아이콘으로 성장시킨 헌신적 선구자 콜름 맥러플린의 타계를 무거운 마음으로 애도한다”고 밝혔다.

 

고인은 1943년 아일랜드 발리나슬로에서 태어났다. 그는 1969년 아일랜드 섀넌 국제공항 면세점에 취업했는데, 이는 세계 공항 역사상 최초의 면세점으로 유명한 곳이다. 섀넌 공항에서 면세점 경영의 노하우를 터득한 고인은 1983년 10명으로 구성된 팀을 이끌고 두바이로 가 면세점 개점을 주도했다. 애초 6개월 계약으로 일하기 시작한 그는 계약이 계속 연장되며 결국 40년 넘게 두바이 면세점을 이끌었다.

 

1983년 당시만 해도 두바이는 사막 한 가운데에 있는 한적한 어촌 마을이나 다름없었다. 그랬던 곳이 2000년대 들어 무서운 속도로 도시화가 이뤄지더니 오늘날에는 중동을 대표하는 현대적 도시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두바이 공항 역시 수많은 여행객과 환승객이 몰려 세계에서 국제선 이용자가 가장 많은 공항으로 거듭났다. 세계 우수 공항을 꼽을 때마다 우리 인천국제공항과 더불어 늘 10위 안에 들 정도다.

UAE 두바이 국제공항 면세점(DDF)의 모습. 코로나19 대유행 종식 이후 매출이 다시 급증하는 추세다. 두바이 공항 홈페이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며 세계 다른 공항 면세점들과 마찬가지로 두바이 면세점도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이후 매출은 다시 반등해 2023년 한 해 동안에만 맥주 600만캔, 위스키 230만병, 담배 230만상자, 시가 1020만개, 향수 330만병을 판매했다. 이는 공항 이용객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인을 겨냥해 고인이 직원들의 중국어 구사 능력 향상, 새로운 상품 배송 제도 시행 등 맞춤형 서비스를 도입한 영향이 컸다. 그는 생전에 언론 인터뷰 때마다 면세점 직원들의 친절한 봉사 정신을 강조했다.

 

고인의 모국인 아일랜드는 2014년 그에게 대통령 명의의 공로상을 수여했다. 당시 아일랜드 정부는 “UAE에서 아일랜드의 국격과 이익을 증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