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세계적 명문 발레단의 간판 수석무용수가 되고 무용계 최고 권위의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남성 무용수상을 받았는지 증명한 무대였다. 국립발레단이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라 바야데르’(유리 그리고로비치 안무, 10월30일∼11월3일)에 주인공 니키아와 솔로르 역으로 특별 출연한 박세은(35·파리오페라발레단)과 김기민(32·마린스키발레단) 얘기다.
둘이 함께하는 건 2010년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마리우스 프티파 안무)에서 같은 역을 맡은 후 14년 만이다.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위상이 높아진 두 발레 슈퍼스타가 짝을 이뤄 고국 무대에 오른다는 소식에 채 3분도 안 돼 전석 매진됐다.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를 뜻하는 ‘라 바야데르’는 인도 힌두 사원을 배경으로 무희 니키아와 용맹한 전사 솔로르, 왕국의 공주 감자티, 최고 승려 브라만이 얽힌 3막(휴식 시간 포함 160분)짜리 대작 발레다. 니키아와 솔로르의 안타까운 사랑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와 3막 속 ‘망령들의 군무’ 등 환상적이고 다채로운 춤의 향연, 루드비히 밍쿠스의 아름다운 음악이 조화를 이룬다. 특히, 니키아와 솔로르의 비중이 크다. 두 주역 무용수가 고난도 춤과 극적인 감정 연기를 어떻게 해내느냐에 따라 작품 완성도를 가른다. 박세은과 김기민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지난 1일 첫 무대부터 고국 관객들에게 무한 감동을 안겼다. 객석 전체가 경탄할 만큼 차원이 다른 춤 실력과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높은 도약과 빠른 회전을 수차례 해야 하는 어려운 동작도 안정적으로 가뿐하게 소화했다. 무엇보다 사랑의 기쁨은 물론 배신의 아픔과 이별의 슬픔, 죄책감, 그리움 등 니키아와 솔로르가 겪는 다양한 감정을 표정과 몸짓, 동작 하나하나에 실어 고스란히 전달했다. 혼자 추든 함께 추든 이들이 춤이 끝날 때마다 엄청난 환호와 박수 소리에 극장이 들썩였다.
예원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선후배이자 20년 넘게 친오누이처럼 지내 온 둘의 완벽한 호흡이 찬란하게 빛난 시간이었다. 이날 출중한 기량으로 함께한 안수연(감자티 역) 등 국립발레단 무용수들과 빚은 최고의 ‘라 바야데르’ 무대를 선사했다. 막이 내리고 객석에서 뜨거운 갈채가 오래도록 쏟아지자 박세은과 김기민도 감격에 겨운 듯, 서로와 관객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3일 공연 때도 마찬가지였다. 두 슈퍼스타를 만날 수 있는 무대가 마지막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