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도시’. 대표적인 학군지 중 하나인 서울 양천구 목동엔 십수년째 이런 꼬리표가 달려 있다. 학생·학부모의 선호도가 높은 학교, 수많은 유명 학원, ‘있을 건 다 있는’ 생활 인프라 등 교육·주거도시로서 최적의 요건을 모두 갖춘 지역이지만 아파트 단지들의 노후화 문제가 발목을 잡아왔다. 민선 8기 이기재 양천구청장 취임 후 목동에는 연일 ‘안전진단 통과’나 ‘정비계획안 확정’ 같은 희소식이 날아들고 있다. 재정비사업의 신속한 추진으로 양천을 ‘미래형 명품 주거도시’로 도약시키겠다는 게 이 구청장의 구상이다.
이 구청장은 최근 구청 집무실에서 진행한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재건축·재개발사업이 쾌속으로 진행 중”이라며 “답보 상태였던 재건축 안전진단을 전 단지가 통과했고, 내년 상반기 중엔 대다수 재건축·재개발 대상 단지가 정비구역 지정·고시를 마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천은 전체 면적 중 주거 면적이 70%가 넘는 자치구다. 30년 이상 된 주택이 서울에서 두 번째로 많을 정도로 노후화한 도시이기도 하다. 현재 재건축 추진 구역은 22곳, 재개발은 44곳이다. 목동아파트의 경우 재건축을 추진 중인 14개 단지 중 6단지의 정비계획이 확정됐고 4·14·8·13·12단지는 정비계획안 수립 후 주민공람을 실시했다. 이 구청장은 “나머지 8개 단지도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신월동 역시 신월시영아파트를 시작으로 잇따라 안전진단을 통과하는 등 탄력이 붙은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목동과 비목동의 격차는 양천의 오랜 숙제 중 하나다. 이 구청장은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 공공인프라를 분산 배치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신월동 지역은 김포공항 항공기 소음과 고도제한 문제, 대중교통 등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주거 환경이 열악한 상황이었는데 공항소음 실질적 보상 확대와 생활 인프라 확충 등을 통해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문화 인프라 확충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최근 남부순환로 축을 중심으로 신월평생학습센터와 신월문화예술센터, 넓은들미래교육센터 ‘3종 세트’를 완성해 변화를 이끌어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주거 환경과 대중교통 등 인프라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축은 교통이라고 이 구청장은 역설했다. 그러나 ‘목동선’을 비롯, 서울 각지의 경전철 사업은 대부분 예비타당성 제도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좌초될 위기다. 이 구청장은 “예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서울 외곽지역은 상대적으로 대중교통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이라 같은 기준으로, 동일한 평가를 거쳐 사업성을 판단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도시철도는 보통 예타를 통과해도 완성까지 최소 10년 정도 걸리는데, 그 안에 재정비사업을 마치고 입주해 인구가 느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수도권 신도시의 열악한 교통 인프라 문제가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구청장은 목동선을 재구조화해서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구청장이 취임한 이래 양천은 교육 중심지로서의 지위를 더욱 굳히고 있다. 지난해 처음 개최했고, 올해 5월에도 5만3000여명이 다녀간 ‘Y교육박람회’는 교육계 최대 축제 중 하나가 됐다. 이 구청장은 “양천이라는 도시의 브랜드 파워를 키울 수 있는 건 교육”이라면서 “기존 교육도시의 특성을 더 강화하고 체계화해 아이부터 어른까지 평생학습을 즐기고 배울 수 있는 배움터로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구청장의 이런 지론 아래 구는 지역 내 산재했던 평생학습 관련 강좌를 정비·통합한 ‘통합 포털’을 구축했다.
주거나 교통 같은 분야처럼 굵직한 변화도 중요하나, 이 구청장은 “주민의 행복은 작은 것에서부터 나온다는 점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했다. 그는 “구민들과 만났을 때 자주 듣는 얘기가 ‘공원에 벤치를 놔 달라’, ‘황톳길을 만들어 달라’, ‘우리 동네는 왜 축제가 없나’ 같은 말들”이라며 “정치인들은 보통 큰 변화를 이끌어내려고만 하는데, 주민들이 동네 사람들과 어울리고 즐길 수 있는 축제는 굉장히 소중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구가 지난달 27일 신정네거리역 일대에서 ‘제1회 양천가족거리축제’를 개최한 이유다.
지난 7월로 민선 8기 임기 반환점을 돈 이 구청장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치열하게 살았던 시간은 오랜 뒤에도 다 기억나지 않나”라며 “쉼 없이 달려왔는데, 시간을 마디게 쓴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이 구청장은 “생각보다 선거 때 공약했던 정책들의 진행 속도가 빨랐다”며 “남은 임기 동안도 지치지 않고, 지금 같은 속도로 정주행하면서 벌려 놓은 일들을 잘 완성해 나가려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양천을 누구나 살고 싶고, 살기 좋은 ‘100년 미래도시’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