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대홍수로 피해를 본 현장에서 수재민들에게 욕설과 함께 진흙을 맞는 봉변을 당했다.
로이터, AFP, EFE 통신 등에 따르면 펠리페 6세는 이번 수해로 최소 62명 사망자가 나온 발렌시아주 파이포르타를 레티시아 왕비, 산체스 총리, 카를로스 마손 발렌시아 주지사와 함께 방문했다.
성난 주민들은 피해 지역을 걷는 펠리페 6세와 산체스 총리 일행을 에워싸고 진흙과 오물을 집어 던졌으며, "살인자들", "수치", "꺼지라"고 욕설했다.
한 온라인 영상에서는 한 청년이 국왕을 향해 국가의 이번 수해 대응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외쳤다. 마손 주지사의 사임을 요구하거나 "산체스 총리는 어딨느냐"고 외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경호원들이 급히 우산을 씌우며 보호했으나 펠리페 6세와 레티시아 왕비는 얼굴과 옷에 진흙을 맞는 수모를 피할 순 없었다.
펠리페 6세는 다른 일행보다 더 오래 머물며 주민들을 위로하려 시도하는 모습이었지만 시간을 단축해 서둘러 방문을 종료했다고 AFP 등은 전했다. 파이포르타에 이어 찾으려했던 다른 수해 지역 방문도 취소됐다.
스페인 왕실은 대중적인 이미지를 크게 신경 쓰며 국왕을 향해 물체를 던지거나 욕설을 퍼붓는 일은 아주 드물다고 한다.
펠리페 6세는 이후 소셜미디어 영상을 통해 "피해 주민들의 분노와 좌절을 이해해야 한다"며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온전하다는 희망과 보장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산체스 총리는 이후 수해 주민들의 고뇌와 고통에 공감한다면서도 "모든 종류의 폭력"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국왕과 정부에 이처럼 분노한 것은 이번 수해가 당국의 안이한 대응 탓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29일 쏟아진 기습 폭우로 최소 217명이 사망한 것으로 3일 집계됐다. 수십 명의 소재가 아직 파악되지 않았고 약 3000 가구가 여전히 단전을 겪고 있다.
스페인 기상청이 폭우 '적색경보'를 발령한 때부터 지역 주민에게 긴급 재난 안전문자가 발송되기까지 10시간 넘게 걸리는 등 당국의 미흡한 대응이 인명피해를 키웠고 이후 수색과 복구 작업도 느리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산체스 총리는 2일 기자회견에서 군인과 경찰 1만명을 피해 지역에 추가로 파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군인 7500명과 경찰 9000여 명이 생존자 수색과 시신 수습 등에 나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