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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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행정체제개편 민주당 내 엇박자

김한규 의원, 뒤늦게 ‘제주시 쪼개기 방지법’ 대표발의
오영훈 지사, 행개위 권고안 ‘동·서제주시, 서귀포시’ 3개 기초단체 추진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내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4일 민주당 김한규 국회의원(제주시을)에 따르면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서귀포시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방향

이 법안은 현재 법인격과 자치권이 없는 행정시인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기초자치단체로 바꾸되 관할구역은 기존 그대로 유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의원은 이 법안을 일명 ‘제주시 쪼개기 방지법’이라고 했다.

 

이는 같은 당 오영훈 제주지사가 추진하는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오 지사는 행정체제개편위원회 권고안대로 제주시를 동제주시와 서제주시로 쪼개고 서귀포시와 함께 제주도에 3개 기초자치단체(이하 기초단체)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같은 당 위성곤 의원(서귀포시)이 지난 9월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위해 대표발의한 ‘제주도 동제주시·서제주시 및 서귀포시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과도 대치된다.

 

김 의원은 “제주시를 2개로 쪼개는 것이 제주시민들의 생활권이나 통근·통학권에 부합하는지, 제주시가 가진 역사성과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진 않을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제주시가 2개로 쪼개지면 동·서 지역 간 갈등이 미래에 생길 수도 있고, 2개 시마다 별도의 시청, 시의회, 시교육청 등 수많은 행정기관을 신설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을 도민이 부담해야 하는 문제도 생긴다”며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또 “많은 지자체가 인접 지자체와의 통합을 통해 타지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제주시를 2개로 쪼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맞지않다”고도 부연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김 의원이 지역구 민의를 대변해 법안을 발의했다고 하지만, 이미 제주도가 3개 행정구역안을 담은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위해 정부에 주민투표 실시를 건의한 상황이어서 뒤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욱이 행정안전부의 미온적인 입장으로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같은 당 내부에서도 엇갈린 의견이 나옴에 따라 앞으로의 추진 전망은 더욱 어두워질 것으로 보인다.

오영훈 제주지사와 더불어민주당 위성곤·김한규·문대림 국회의원이 10월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위한 연내 주민투표 실시를 건의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 지사와 같은 당 3개 지역구 국회의원, 민주당이 다수당인 도의회와도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위한 연내 주민투표 실시를 행안부에 건의한 바 있다.

 

제주도는 지난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로 출범하면서 기존 제주시·서귀포시·북제주군·남제주군 등 4개 시·군과 기초의회를 폐지하고 제주도 단일 광역자치단체로 출범했다.

 

현재의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행정 서비스 편의를 위해 구분한 행정시일 뿐이어서 자치권이 없고 시장도 도지사가 임명한다.

 

민선 8기 오영훈 제주지사는 단일 광역 체제 운영에 따른 행정의 책임성 약화, 권한 집중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제주도에 다시 기초자치단체를 두는 방안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당선됐고, 오는 2026년 7월 민선 9기 출범에 맞춰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도 “3개 기초단체, 공론화 거쳐 결정…관련법 제·개정 노력”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올해 1월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대안으로 ‘시군 기초자치단체·3개 행정구역(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을 도지사에게 권고했다.

 

도는 설명자료를 내고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학술연구 결과와 도민 공론화 의견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고 검토해 도민이 선정한 대안을 도지사에게 권고했다”라며 “도지사는 ‘도민의 뜻을 존중’해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안에 대한 주민투표를 정부에 건의하고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민투표는 공론화를 통해 결정된 3개 기초단체 설치에 대해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안’ vs ‘현행 체제 유지안’ 중 선택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 찬성 또는 반대하는 형식 중 한 가지 방식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도는 주민투표가 조속히 실시될 수 있도록 행안부와 협의하고 2025년 7월까지 제주특별법과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법이 제·개정 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를 설득한다는 전략이다.

 

도 기초자치단체설치준비단 관계자는 “3개 기초자치단체 조직·인력 구성, 청사 배치, 자치법규 정비, 행정시스템 구축, 공유재산·기록물 배분 등 세부 실행과제를 철저히 준비해 2026년 7월 민선 9기에 맞춰 ‘제주형 기초자치단체’가 출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