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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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파병된 북한군은 우리 국민, 그들의 희생 막아야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에 파병되었고 그들의 영상과 사진이 간간이 공개되고 있다. 특히 출처를 알 수 없지만 최근 공개된 영상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은 북한 군인의 ‘말’은 형용할 수 없는 아픔을 느끼게 한다. ‘저희 전우들이 일개 사료로 이용돼 희생됐다.’

 

전쟁의 이유는 정치, 경제, 종교, 민족적으로 다양하다. 비록 대의를 위해 불가피하고 명분이 정당해도 인간성 상실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김정은의 참전은 ‘대의도 명분’도 없다. 오로지 ‘김정은 체제 유지와 세습’을 위해서일 뿐이다. 김정은이라고 총칭할 수 있는 북한 정권을 위해 북한 주민들은 모두 ‘사료’가 되어 이용돼 희생되고 있다.

신대경 국민의힘 국책자문위원회 특별위원

파병된 북한 군인의 모습은 흡사 2019년 강제북송된 두 명의 북한 어민과 닮아있다. ‘사지(死地) 가지 않으려고 절박하게 발버둥 치는 처절함.’ 당시 공개된 강제북송 영상은 잔혹한 인간성 말살 장면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나는 북한군 파병문제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졌으면 한다. 헌법 3조와 4조(영토, 통일 조항)에 따라 파병된 북한군은 모두 우리 국민이다. 북한군 파병에 우리가 관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말대로 북한군은 최전방에 배치되고 소위 ‘총알받이’로 소모될 가능성이 크다. 막아야 한다.

 

먼저 우크라이나에 우리가 할 일은 155㎜ 포탄 등 살상 무기 지원이 아니라 심리전 장비 지원이다. 북한군이 집중적으로 주둔하고 있는 쿠르스크 지역의 심리전을 위해 ‘확성기 장비’를 대대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투항하면 생명을 보존하고 대한민국으로의 귀순까지 책임질 수 있다는 내용을 계속 방송하며 전쟁에 임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대북전단도 실효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군이 아닌, 우리 대북전단 전문가들을 우크라이나에 파견해 대규모 전단을 날리며 북한군을 감정적으로 흔들어야 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내부 상황에서 파병된 군대이다. 전쟁의 참혹한 현실은 북한 정권의 실상과 김정은의 실체를 북한군에 진정성 있게 집중적으로 알릴 절호의 기회이다.

 

셋째, 김정은 정권이 ‘정상국가 흉내’를 내고 있어서 국제여론 조성도 중요하다. 윤석열정부가 최대한 빨리 ‘전범’ 김정은의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를 시도해야 한다. 북한이 ICC 비회원국이기 때문에 ICC가 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유엔 안보리가 ICC에 김정은을 직권 회부할 수 있다.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이 예상되지만, 우리 정부가 먼저 이 사안을 직접 제기해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해야 한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인 북한군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그리고 김정은의 북한군 파병 결정이 그의 정권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파병된 북한군의 집단 투항과 귀순을 유도하고 그들이 모습을 사진과 영상 등으로 북한 주민에게 전방위로 알려 김정은의 잔혹함을 전해야 한다.

 

김정은의 파병 목적은 ‘러시아의 군사기술 이전, 외화벌이, 중국 견제, 핵실험, 국지전 발생 등 더 큰 도발을 위한 신호탄, 미 대선 후 미북 대화를 위한 협상력 제고 등’일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체제 유지’를 위한 한 목적으로 수렴된다. 우리는 김정은이 파병으로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100배 더 많다는 것을 뼈에 사무치도록 실감하게 해줘야 한다.

 

신대경 국민의힘 국책자문위원회 특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