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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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투세 폐지 만시지탄이지만 증시 밸류업 계기 삼길

내년부터 시행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폐지하는 쪽으로 결론 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제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는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고 1500만 투자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환영 입장을 밝히며 “이달 중 법 개정을 완료하겠다”고 했다. 만시지탄이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민주당은 애초 금투세를 시행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지난 4개월 동안 보완 후 강행과 2∼3년 유예, 폐지 사이를 오락가락했다. 그 사이 금투세는 자본시장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며 증시불안을 부채질했다. 한국증시의 상승률은 주요국 중 꼴찌수준이었고 미국주식으로 갈아타는 ‘주식 이민’바람도 거셌다. 금투세는 주식·채권 등 금융투자로 얻은 연간 5000만원 초과 수익에 22∼27.5%의 세금을 물리는 것인데 큰손의 증시이탈과 자본유출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민주당은 금투세를 폐지하는 대신 경제계가 반대하는 상법개정을 공언했다. 이 대표는 “증시가 정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증시 선진화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정기국회 안에 ‘알맹이 빼먹기’를 허용하는 상법상 주주 충실의무조항부터 개선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이사회의 결정에 불만이 있는 소액주주, 투기자본의 소송이 급증할 소지가 다분해 걱정스럽다. 기업 성장에 필요하지만, 단기적으로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는 인수합병(M&A)과 투자 결정이 위축될 게 뻔하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어제 보고서에서 기업 친화적인 미국에서도 M&A 건당 평균 3∼5건의 주주대표소송이 제기되고 있는데 한국에서 상법이 개정될 경우 기업들이 소송에 시달리고 기업가치하락 우려도 크다고 지적했다. 미래 투자를 발목 잡는 상법개정은 외려 증시에 독이 될 수 있다.

이제 금투세 폐지를 계기 삼아 허약한 증시체질을 건강하게 확 바꿀 때다. 정부와 정치권은 긴 호흡으로 주식 세제 전반을 원점에서 재설계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밸류업(기업가치상승) 정책의 속도를 내야 한다. 여야는 정쟁을 접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상속세를 완화하는 등 합리적 세제개편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쥐꼬리 배당과 후진적 기업지배구조를 바로잡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개인투자자도 증시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신뢰가 쌓인 후 금투세 도입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