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은 후보 교체, 후보 피격 사건 등 극적인 상황의 연속이었다. 선거 막판까지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초박빙 구도를 형성하며 대선 이후에도 정치 양극화가 심화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6월 말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첫 TV 토론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미국 대선은 지루한 ‘올드보이들의 리턴매치’로 여겨졌다. 두 사람은 올해 초 시작된 각 당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며 3월 슈퍼화요일(각 당 경선이 대거 치러지는 3월 초 화요일)에 일찌감치 양당 후보로 확정됐다.
6월27일(현지시간) CNN 주최로 조지아 애틀랜타에서 열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TV 토론은 모든 것을 바꿨다.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에서 맥락에서 벗어난 발언을 하고, 초점을 흐리고, 말을 더듬으면서 고령과 인지력 논란을 증폭시켰다. 당내외에서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7월1일엔 연방대법원이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행위에 대한 형사상 면책 특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결정까지 내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총 4건의 형사 기소 사건 관련 공판 절차는 모두 대선 이후로 미뤄졌다.
호재를 맞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전까지 박빙 구도였던 바이든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점점 벌려 나갔다. 이런 와중에 공화당 전당대회(7월15∼18일)를 이틀 앞둔 7월13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 버틀러에서 야외 유세 도중 총격을 받아 오른쪽 귀를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성조기 아래에서 “파이트(Fight·싸우자)” 구호를 외치는 극적인 장면을 만들었고, 판세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로 완전히 기울었다. 귀에 붕대를 감고 나타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당대회를 마치 ‘대관식’처럼 치렀다. 중도파 대신 강경파 J D 밴스 오하이오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것도 자신감의 발로라는 평가가 나왔다.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은 후보 교체뿐이라는 위기감이 민주당 내에서 날로 고조됐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배우 조지 클루니 등 민주당의 유력 인사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버티던 바이든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7월21일 재선 포기를 선언함과 동시에 해리스 부통령을 자신을 대체할 대선 후보로 지지하면서 민주당은 반전의 기회를 만들었다.
8월19∼22일 일리노이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고마워요, 조”를 외치고, 해리스 부통령을 공식 후보로 선출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열정이 다시 끓어오르는 순간이었다. 전당대회에 앞서 부통령 후보로 발탁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옆집 아저씨’ 이미지를 구축했다. 9월10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두 후보 간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ABC 방송 주최 TV 토론에 나섰고,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이 던진 미끼를 족족 다 물어버린 트럼프 전 대통령에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9월1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플로리다의 본인 소유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던 중 경호를 맡은 비밀경호국(SS) 소속 요원들이 총을 든 채 매복해 있던 50대 남성을 적발해 제압함으로써 또 한 번의 암살 위기를 넘겼다.
후보 피격 사건이나 상대 후보에 대한 과도한 네거티브 등 대선 진행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의 정치 양극화는 선거 이후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핵심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부정선거가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등 5일 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대선 패배 시 결과에 불복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