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VS “국가 정체성”.
왕위 계승을 남성 후손으로 한정한 일본 ‘황실전범’에 대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와 일본 정부의 시각차다.
위원회가 여성차별철폐조약 이행상황을 점검해 지난달 2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일본에 관련 조항 개정을 권고하자 일본 정부는 “매우 유감”이라며 삭제를 요구해 갈등을 빚고 있다.
4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남계 남성만의 왕위 계승을 인정한 것은 여성차별철폐조약의 목적, 취지에 반한다”며 남녀평등을 보장하기 위해 법을 개정한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하도록 권고했다. 1982년 설치된 위원회는 각국에 보낸 질문지, 비정부기구가 제공한 관련 정보 등을 토대로 남녀평등과 관련한 제안이나 권고를 한다. 일본과 관련해서는 여성의 재혼금지기간 설정, 결혼 가능 연령의 남녀 간 차이, 결혼 후 아내가 남편의 성을 따르도록 하는 부부동성제의 시정을 권고한 바 있으나 황실전범 개정 권고는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노골적으로 불쾌한 반응을 드러내며 권고 삭제를 요구했다.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황위에 오르는 자격은 인권에 포함되지 않고, 여성 차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위원회의 권고에 강하게 반발은 하지만 왕실 구성원의 감소에 따라 왕위 계승에 대한 일본의 고민은 깊다. 1994년 26명이었던 왕족은 현재 17명이며 평균 연령은 60.17세다. 왕위 계승 자격이 없고, 결혼하면 왕실을 떠나야 하는 여성이 12명이다. 일왕의 동생으로 계승 서열 1위인 후미히토(文仁) 왕세제는 “왕족 수의 감소는 필연적으로 무언가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