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칼부림을 벌이겠다는 글을 인터넷에 작성한 30대 남성이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재판부에 정신감정을 요청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4부(부장판사 이태웅)는 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씨(33) 측은 항소심 첫 공판에서 “1심에서 정신감정을 신청했다가 철회한 바 있으나 2심에서 다시 신청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신질환이 범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부분이 확인된다면 항소심 판단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1심 조사 결과나 종전 처벌받은 내용 중 이와 같은 판단을 받은 부분이 있어 검토한 후 판단하겠다”고 했다.
A씨는 지난 5월22일 오후 1시42분쯤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 “서울역에서 5월24일 칼부림을 하러 간다”며 “남녀 50명 아무나 죽이겠다” 등의 글을 작성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로 인해 경찰공무원과 서울교통공사 직원 총 50명이 비상근무를 하기도 했다.
조사 결과 A씨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범죄를 저질러 전과가 10범 이상이었다. 그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부모님이 정신병원에 보낸다고 해 화가 나 살인 예고 글을 따라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에 검찰은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구형 이유로는 “동종 전과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여러 번 있으며 누범기간 중 범행을 저질러 죄책이 무겁다”며 “사회에 극심한 혼란을 야기했다”고 밝혔다.
법정에 선 A씨는 모든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점을 양형에 고려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10년 이상 조현병과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다가 사건 며칠 전 병원에서 퇴소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신과 약 복용을 10일간 중단하던 중 충동적으로 격한 감정을 누르지 못했다”며 “진심으로 뉘우치고 앞으로 반성하는 삶을 살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1심 재판부는 “신림역 인근에서 발생한 칼부림 사건으로 사회적 불안감이 조성된 상황에서 저지른 범행으로 범행 방법에 비춰 그 죄책이 무겁다”며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