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식도 없는 10대 여고생을 무참히 살해하고 후속 범행까지 시도했던 '묻지마 살해범' 박대성(30)이 첫 공판에서 일부 혐의에 대해 "기억이 없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법정에서 “왜 우리 딸을”이라며 탄식을 내뱉은 뒤 울먹였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재판장 김용규)는 5일 316호 법정에서 살인 및 살인예비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대성의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 측은 공소사실 설명에서 "박대성은 길을 걷던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800m를 이동하다가 인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피해자를 흉기로 찔렀다. 저항하는 피해자를 수회 공격했다"고 밝혔다.
또 "슬리퍼가 벗겨진 채 도주한 박대성은 혼자 영업하는, 쉽게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을 추가로 물색했다. 티셔츠로 식칼을 가렸다"고 박대성이 또 다른 살인을 준비했다고 봤다.
검찰 측은 "먼저 방문한 주점에서는 주인이 (박대성의) 맨발 상태를 경계하자 뛰쳐나갔다"며 "이후 방문한 노래방에서는 접객원을 불러달라고 요구하고 문을 닫아달라며 범행을 시도했으나 박대성의 문신을 무서워한 주인이 나가자 또 뛰쳐나갔다"고 설명했다.
박대성은 지난달 31일 재판부에 의견서를 직접 공개했는데, 혐의 일부를 시인하지 않는 내용이 이날 법정에서 공개됐다.
의견서를 통해 박대성은 "살인은 인정하나, 살인 목적의 2차 범행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기억에 없다. 사람마다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또 "변호인과 상의 후 다음 기일에 의견을 정리해 진술하겠다"고 덧붙였다.
박대성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법정에 출석해 시종일관 고개를 숙이며 재판장의 질문에 짧게 "네" 정도의 답변만 이어갔다.
길게 늘어뜨린 앞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눈빛은 시종일관 초점이 없었다.
피해자의 유가족과 친구들은 "엄중한 처벌로 정의 구현을 바란다. 재범 위험성을 볼 때 박대성은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박대성의 다음 공판은 오는 26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앞서 박대성은 지난 9월 26일 0시 44분께 순천시 조례동에서 길을 걷던 18세 여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하고, 추가 살해 대상을 물색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경제적 궁핍, 가족과의 불화, 소외감 등이 누적된 박대성이 개인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일면식 없는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판단했다.
박대성의 신상·머그샷 얼굴 사진 등은 범행 수단의 잔인성·국민의 알권리·중대한 피해 등을 고려해 경찰 수사 단계에서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