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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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10곳 중 7곳 “연공·호봉급제로 정년 연장 시 비용부담”

기업 10곳 중 7곳이 현재 연봉·호봉급제 아래 정년이 연장될 경우 경영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계속 고용 방식으로 퇴직 후 재고용을 선호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경제인협회는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국내 종업원 300인 이상 기업 인사노무 분야 담당자(응답 121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고령자 고용정책에 관한 기업인식 조사’ 결과를 5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전체 응답기업의 67.8%가 정년연장이 경영에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정년연장이 경영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32.2%)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유로는 연공․호봉급 체계로 인한 인건비 부담 가중(26.0%)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조직 내 인사적체 심화(23.2%) △청년 신규채용에 부정적 영향(19.3%) △고령 근로자의 생산성 감소(16.6%) 등의 순으로 답했다.

 

응답기업의 60.3%는 연봉·호봉급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임금피크제 도입 기업은 48.2%에 그쳐 정년연장 도입 시 인건비 급증이 예상된다. 

 

노사정 대화기구인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논의 중인 계속고용제도에 대해서는 퇴직 후 재고용 방식(71.9%)이 선택한 기업이 많았다. 정년연장은 24.8%, 정년폐지는 3.3%였다.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재고용으로 고용유연성 확보(35.2%)와 전문성, 희망자 등 일정 기준에 적합한 근로자에 한해 계속고용 가능(25.8%), 고령 근로자의 생산성에 연계하여 임금수준 조정 가능(24.5%) 순이었다. 

 

실제 산업현장에선 정년퇴직 후 재고용이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제 운영기업 중 60.4%는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계속 고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우수인력을 재고용한 경우가 52.2%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희망자(29.8%)나 퇴직자 전원(9.0%)을 재고용한 사례도 있었다. 

 

기업들은 고령자 고용에 따른 인사노무관리 상 어려움으로 고령 근로자의 건강 문제 및 산재 리스크 대응(28.9%)과 생산성 저하(28.9%), 높은 인건비 부담(24.8%) 등을 꼽았다.

 

고령자 계속고용 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는 고령 인력 채용에 따른 인건비 지원 확대(28.1%)와 고령 인력 채용에 따른 세제 혜택(24.0%),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절차 개선(22.3%), 인력 운영의 유연성을 제고하기 위해 파견․기간제 규제 완화(21.5%) 등을 지목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경직적인 노동시장, 생산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임금체계 등으로 기업들의 고령 인력 활용 부담이 과중하다”며 “일률적인 정년연장은 지양하고, 고령자 고용기업 혜택 확대, 직무가치‧생산성 등을 반영한 임금체계로의 개편 등을 통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고령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