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가 없는 사람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 생각하면서 글을 썼습니다. 목소리가 작은,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똑같이 받아 적는 게 제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고 있는 길이 옳다는 걸 확인해줘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평범한 확진자가 사람들의 공포와 당국의 통제 속에 인류의 적이 되는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 ‘247의 모든 것’으로 올해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김희선(52)은 5일 이같이 소감을 밝힌 뒤 “앞으로도 사람들의 목소리를 틀리지 않게, 왜곡되지 않게 옮겨 쓸 수 있는 작가의 길 가겠다”고 다짐했다.
대산문화재단은 이날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32회 대산문학상 수상작을 발표했다. 수상작은 김희선의 소설 외에도, 강은교(79)의 시집 ‘미래슈퍼 옆 환상가게’, 서영채(63)의 평론집 ‘우정의 정원’, 번역가 알바로 트리고 말도나도(36)가 번역한 정보라 소설집 ‘저주토끼’의 스페인어판이 선정됐다. 부문별 수상자에게는 상금 5000만원이 수여된다.
강 시인은 “지난여름 시집을 내고서 더는 시집을 낼 수 없을 거라 생각하며 엉엉 울었다”며 “대산의 결정이 저를 문학적으로 살려줬다”고 신작 계획을 밝혔다. 서 평론가는 “일체의 바깥출입 없이 파묻혀 지내다가 수상 소식을 들었다”며 “깊은 물 속에 잠수하고 있는데 높은 곳으로 올라오라는 신호를 받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의 종합문학상인 대산문학상은 1992년 재단 설립 이후 올해로 32년간 이어져 온 문학상이다. 시상식은 이달 28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