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연차 공무원의 공직사회 이탈이 심화하는 가운데, 행정고시를 통해 입직하는 5급 사무관의 40% 이상은 민간기업으로 이직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6급 이하 공무원의 민간기업 이직 희망 비율이 20%대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행정고시에 합격할 정도로 사회 엘리트로 자라 공적 책임의식이 비교적 강한 편이지만, 위계적인 조직 문화로 공직사회에 대한 실망감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일 한국행정연구원의 ‘2023 공직생활 실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5년 차 이하 5급 공무원이 이직을 희망하는 곳은 민간기업이 42.1%인 것으로 나타났다. 6급 이하 공무원(22.0%)보다 20.1%포인트 높다. 교직(연구직)은 19.3%로 뒤를 이었다.
반면 6급 이하 공무원이 가장 많이 이직을 희망한 공공기관(55.2%)에 대한 5급 공무원들의 선호도는 12.3%로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5급 신입 공무원은 다른 집단과 달리 공직사회와 완전히 분리된 민간 조직으로 이직하고자 하는 의향이 더 큰 셈이다.
행정연은 이 같은 이유가 오히려 ‘높은 공직에 대한 열망’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5급 신입 공무원은 6급 이하 집단에 비해 봉사 동기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책과정에 참여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는 응답은 5급이 6급 이하보다 평균 0.39점(5점 만점) 높게 나타났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는 매우 중요하다’, ‘개인적 가치보다 공직 의무를 중시하며 업무를 수행한다’는 응답에 대한 점수도 5급이 더 높았다.
공직에 대한 열망과 봉사를 위해 어려운 행정고시를 통과해 공무원 사회에 들어왔으나, 오히려 더 큰 실망감을 느끼고 아예 민간으로 이직을 희망한다는 것이다. 실제 5급 공무원은 ‘상급자의 모순된 요구나 지시로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응답에 대한 점수가 6급 이하보다 더 높았다. 이 같은 경향은 이직을 원하는 이유에서도 드러난다. 5급과 6급 이하 신입 공무원 모두 이직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낮은 보수’를 꼽았으나, 5급은 ‘보람이 없어서’란 응답이 33.3%로 2위에 올라 6급 이하(18.7%)보다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런 이유에서 정부가 직급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이직 방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부연구위원은 “보수 인상 외에도 업무 자율성과 정책 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 공직문화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