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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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도 없고 급여도 낮고… 떠나가는 신입 5급 사무관들

‘2023 공직생활 실태조사’ 분석

10명 중 4명 민간기업 이직 의향
수직적 조직문화 실망감 큰 영향
업무 자율성·정책 효능감 못느껴
6급 이하 ‘이직 고민’ 비율의 2배
“직급별 맞춤 이직방지전략 짜야”
“사무관이 처리할 일도 많은데, 상사 실적이나 부처 행사 준비에 정작 내 업무는 주말이나 야근으로 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업무 강도에 비해 급여는 너무 적어요. 주변의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의 실수령액 이야기를 들으면 후회의 마음도 듭니다.”(30세 5급 공무원 A씨)

 

저연차 공무원의 공직사회 이탈이 심화하는 가운데, 행정고시를 통해 입직하는 5급 사무관의 40% 이상은 민간기업으로 이직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6급 이하 공무원의 민간기업 이직 희망 비율이 20%대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행정고시에 합격할 정도로 사회 엘리트로 자라 공적 책임의식이 비교적 강한 편이지만, 위계적인 조직 문화로 공직사회에 대한 실망감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일 한국행정연구원의 ‘2023 공직생활 실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5년 차 이하 5급 공무원이 이직을 희망하는 곳은 민간기업이 42.1%인 것으로 나타났다. 6급 이하 공무원(22.0%)보다 20.1%포인트 높다. 교직(연구직)은 19.3%로 뒤를 이었다.

 

반면 6급 이하 공무원이 가장 많이 이직을 희망한 공공기관(55.2%)에 대한 5급 공무원들의 선호도는 12.3%로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5급 신입 공무원은 다른 집단과 달리 공직사회와 완전히 분리된 민간 조직으로 이직하고자 하는 의향이 더 큰 셈이다.

 

행정연은 이 같은 이유가 오히려 ‘높은 공직에 대한 열망’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5급 신입 공무원은 6급 이하 집단에 비해 봉사 동기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책과정에 참여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는 응답은 5급이 6급 이하보다 평균 0.39점(5점 만점) 높게 나타났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는 매우 중요하다’, ‘개인적 가치보다 공직 의무를 중시하며 업무를 수행한다’는 응답에 대한 점수도 5급이 더 높았다.

공직에 대한 열망과 봉사를 위해 어려운 행정고시를 통과해 공무원 사회에 들어왔으나, 오히려 더 큰 실망감을 느끼고 아예 민간으로 이직을 희망한다는 것이다. 실제 5급 공무원은 ‘상급자의 모순된 요구나 지시로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응답에 대한 점수가 6급 이하보다 더 높았다. 이 같은 경향은 이직을 원하는 이유에서도 드러난다. 5급과 6급 이하 신입 공무원 모두 이직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낮은 보수’를 꼽았으나, 5급은 ‘보람이 없어서’란 응답이 33.3%로 2위에 올라 6급 이하(18.7%)보다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런 이유에서 정부가 직급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이직 방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부연구위원은 “보수 인상 외에도 업무 자율성과 정책 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 공직문화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