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결과에 대해 대한축구협회가 내놓은 공식입장이다. 문체부는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선임 과정에서 절차를 어긴 것을 비롯해 무자격자를 대표팀 코치로 선임했고, 천안축구종합센터 관련 승인 없이 대출계약을 맺는 등 27가지 절차상 문제를 지적했지만 축구협회는 오히려 반발했다. 축구협회뿐 아니다. 스폰서십 30%를 페이백으로 받아 임의로 사용한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은 “누가 나를 해임할 수 있겠느냐”고 큰소리쳤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문체부의 ‘셀프 연임 심사 개정’ 요구를 무시한 채 세 번째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 모두 억울한 표정이다. 축구협회는 국제축구연맹(FIFA)을 거론했고 배드민턴협회는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이들은 정부 중앙부처가 예산을 무기로 행정에 개입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들을 응원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여야가 한목소리로 이들을 비판했다.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정 회장의 사퇴를 요구했고, 체육회 노동조합은 이 회장 하야 기습시위를 벌였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역대 최다 금메달을 가져왔고, 배드민턴에서는 안세영이 정상에 섰는데 그들은 왜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을까. 우리가 결과만큼 과정이 중요한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 축구협회 정 회장의 4선보다 홍 감독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홍 감독 선임 과정은 잘못됐다. 홍명보호는 2000년대 이후 열린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엿 세례와 함께 돌아왔다. 명백한 실패였다. 과정도 엉망이었다. 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홍 감독은 부동산 임장을 다닌 뒤 땅을 샀고, 소속팀 활약 여부를 대표팀 선발 기준이라고 발표한 뒤 의리로 멤버를 꾸렸다.
한국 축구대표팀에 열정을 가진 수많은 명장이 있었지만 축구협회는 ‘하기 싫다’는 홍 감독을 찾아 머리를 조아렸다. 면접은 생략한 채 고액 연봉도 약속했다. 홍 감독은 태도가 돌변해 팀을 맡았다. 과정 논란이 불거지자 홍 감독은 ‘경질은 있어도 사퇴는 없다’며 봉사하는 마음으로 팀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엉터리로 탑을 쌓은 이들이 버티는 건 성적으로 이를 덮을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 때문이다. 2022 월드컵 대표팀은 마지막 경기에서 1-4로 패한 뒤 돌아왔지만 모두의 환영을 받았다. 부적절한 과정으로 출항한 홍명보호가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해도 이런 환대를 받을 수 있을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북중미 월드컵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