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각국 정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로 셈법이 복잡해졌지만 일단 앞다퉈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전쟁 중인 나라의 정상들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6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초당적 지지가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9월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 우리의 ‘승리계획’과 미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러시아의 침략을 종식할 방안 등을 자세히 논의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며 “우리가 함께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이 그를 ‘최고의 세일즈맨’이라고 조롱하면서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취임 후 24시간 내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며 협상을 통한 ‘신속한 종전’을 강조했다.
1년 넘게 가자지구에서 전쟁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탈환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복귀”라고 부르며 축하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과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 등 이스라엘의 극우 장관들도 이날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 선언 직후 엑스에 “트럼프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을 반겼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트럼프 당선인을 향해 축하 성명을 내고 “EU와 미국은 단순한 동맹 그 이상”이라며 “수백만개의 일자리와 수십억(유로)의 통상·투자가 양자 경제관계의 역동성과 안정에 달렸다”고 밝혔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EU와 미국이 역사적 유대 관계임을 강조하며 “건설적인 협력을 지속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간 대놓고 트럼프 당선인 지지를 밝힌 빅트로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되기도 전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헝가리 국기와 미국 성조기 이모티콘을 첨부하며 “헝가리에 좋은 아침이다. 아름다운 승리로 향하는 길 위에 있다”고 적었다. 트럼프의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AFP통신은 이를 두고 “EU 회원국 지도자들 가운데 미국 대선 결과를 언급한 첫 사례”라고 언급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엑스에 “지난 3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추후 협력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조르자 멜로니 탈리아 총리는 “가장 진실한 축하를 전한다”고 말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인도와 미국의 포괄적인 글로벌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우리의 협력을 재개하기를 고대한다”고 전했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사무총장은 엑스에 “그의 리더십은 다시 한 번 우리의 동맹을 강하게 유지하는 데 핵심이 될 것”이라며 속히 축하인사를 보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나토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2% 국방비 지출 목표에 대해 “세기의 도둑질이다. (GDP의) 3%로 올려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6일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이 유력해진 상황과 관련해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의 핵심을 맡는 글로벌 파트너로서 폭넓은 일·미 협력을 더 진화해 나갈 것”이라며 “일·미 동맹의 억지력, 대처력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NHK방송은 일본 정부가 대선 결과가 나오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와 미국 대통령 당선인 간 통화를 조율하는 등 조속히 관계 구축에 나설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시바 총리는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이른 시일 내에 회담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에 대비해 선거 운동 과정에서 관계 재정립에 공을 들여왔으나 다양한 과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주일미군 주둔비용 인상 요구에 대응해야 하고, 미국 정부가 관세 인상에 나설 경우 자동차 산업 등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양국 현안 중 하나인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도 트럼프 당선인이 여러 차례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힌 바 있어 물 건너갈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트럼프의 당선이 유력해진 상황에서 “대미 정책은 일관된다”는 입장만 밝히며 말을 아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후보는 대(對)중국 관세를 급격히 올리겠다고 위협해왔는데, 중국은 관세 인상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미국 대통령 선거는 미국 내정으로, 우리는 미국 인민의 선택을 존중한다”며 “관세와 관련해서는 가정적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마오 대변인은 ‘이번 미국 대선 결과가 중국의 외교 정책 혹은 중·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라는 질문에는 “우리는 계속해서 상호존중·평화공존·협력호혜의 원칙에 따라 중·미 관계를 대하고 처리할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그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전화로 축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미국 대선 결과가 정식으로 선포된 뒤 관례에 따라 관련 사항을 처리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한 뒤로 줄곧 언급을 자제하며 “미국 대선이 중국을 구실로 삼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대선 결과에 따른 중국의 대응도 바빠질 전망이다. 당선되면 관세를 대폭 인상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이 돌아오면서 우선 지난 4일 개막해 8일 끝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승인하게 될 중국의 부양책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노무라증권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부양책 규모가 10∼20%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