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하고 노조 활동을 빙자해 북한의 지령을 수행해 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민주노총 전 간부들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압수된 북한 지령문, 대북보고문, 채증 영상 등 증거들이 합법적이며 객관적 방법으로 증거 능력이 인정됐다고 판단했다.
경기 수원지법 형사14부(재판장 고권홍)는 6일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등) 혐의로 기소된 전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석모(53)씨에게 징역형과 함께 자격정지 15년을 선고했다. 또 국가보안법 위반(특수잠입·탈출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전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김모(49)씨에게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을, 전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부위원장 양모(55)씨에게 징역 5년에 자격정지 5년을 각각 선고했다. 다만 국가보안법 위반(회합 등) 혐의를 받는 전 민주노총 산하 모 연맹 조직부장 신모(52)씨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집회, 표현의 자유 등 기본적인 권리는 보장되고 있으나 이는 무제한 허용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위협이 현존하는 이상 반국가 활동을 규제해 국가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보장해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석씨에 대해 “피고인의 범행은 북한을 이롭게 하고 우리 사회에 분열과 혼란을 초래해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큰 범죄”라면서 “범행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고 은밀하고 치밀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석씨 등은 2017∼2022년 북한 지령문을 받아 노조 활동을 빙자해 간첩 활동을 하거나 중국과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선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5월 재판에 넘겨졌다. 석씨는 북의 지령을 받고 2020년 5월부터 2021년 6월까지 민주노총 위원장선거 후보별 계파 및 성향과 국가기밀인 평택 미군기지, 오산 공군기지 시설 정보 등을 수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석씨 등이 대남공작기구인 북한 문화교류국의 지도를 직접 받으며 지하조직인 ‘지사’를 결성해 노동단체를 장악해 조종하려 시도한 것으로 봤다. 검찰과 국가정보원, 경찰 등은 민주노총 사무실과 석씨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역대 국가보안 법위반 사건 중 최다 규모인 총 90건의 북한 지령문과 보고문 24건, 암호해독키 등을 확보·분석해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