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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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유튜버' 김똘똘 "고1때 아웃팅 당해 트라우마" 범인 잡고보니..'황당'

MBC ‘라디오스타’ 갈무리

유튜버 김똘똘이 고등학교 시절 강제 아웃팅을 당한 사실을 고백했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는 대세 게이 김똘똘이 게스트로 출연해 유쾌한 입담을 펼쳤다.

 

이날 김똘똘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제 성 정체성을 알았다. 그때부터 내가 홍석천 소리를 들으며 힘들게 살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공부했다. 진짜 열심히 했다. 언제 불효를 저지를지 모르니 미리 효도를 해놓자 싶었다. 반 배치 고사 1등으로 중학교 들어갔다”라고 밝혔다.

 

이어 “저희 부모님이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셨다. 그때 한창 많은 분이 컴퓨터를 사용하던 때였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자격증 11개를 땄다. 그런 스펙들로 성균관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에 들어갔다. 부모님이 삼성전자 들어가는 걸 너무 원하셨다. 저는 사실 외국어를 좋아해서 외교관이 되고 싶었다”라고 털어놨다.

 

특히 김똘똘은 “언제 커밍하웃하게 됐냐”는 물음에 “처음 커밍아웃한 건 자의는 아니었다. 아웃팅을 당했다. 저와 같은 반에 제일 친했던 여자애가 갑자기 저한테 문자 메시지를 보여주더라. 누군가가 1004라는 번호로 ‘과천외고 몇 학년 몇 반 누구누구는 동성애자고 더럽다’라며 온갖 욕을 넣어서 보냈더라”며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친구가 ‘너 게이였어?'라고 물어봐서 ‘맞다’고 하니까 그 친구가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너 이 사람 잡아야 한다’고 조력을 해주더라. 그 사람이 누군지 결국 알아냈다. 알고 보니까 다른 학교고 저보다 두 살 많았던 고3이었다. 저랑 같은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 사람 말로는 제가 어떤 친구들이랑 친하게 지내는 게 부러워서 그랬다더라. 공부도 잘하고 친구도 많은 게 부러워서 그랬다고 하니까 저도 딱히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이후로 친한 친구들한테는 일부러 (성 정체성을) 얘기했다. 또 그런 일을 당했을 때 도와줄 수 있으니까. 내 편들한테는 사실대로 얘기했고 다른 분들께는 비밀로 했다”고 전했다.

MBC ‘라디오스타’ 갈무리

부모님이 성 정체성에 대해 언제 알았냐는 질문에는 “2018년 가을이었다. 구독자 만 명 기념 라이브 방송을 했다. 그때 비슷한 일이 있었다. 모르는 분들이 채팅방에 들어와서 ‘게이예요?’ ‘게이 같은데?’라고 묻더라. 트라우마가 생각나서 안 되겠더라. 여기서 당당하게 밝혀야겠다 싶었다. ‘맞는데 뭐 문제 되는 거 있냐’고 했다.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했는데 다음 날 부모님에게 전화가 빗발쳤다. 제가 부모님께 얘기 안 하고 유튜브에서 선공개하니까 수순이 잘못됐던 거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부모님은 유튜브를 통해 들었으니까 저한테 굉장히 실망감이 컸다. 여태까지 부모님이 설계한 대로 따라왔었고, 항상 효도를 하고 사고조차 안 쳤는데 이 사건 하나로 제가 대역죄인이 돼서 부모님께 해명해야 한다는 거 자체가 스스로가 비참하더라. 그래서 한동안 부모님과 연락을 두절하기도 했다”라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김똘똘은 “비교적 최근에 다시 연락이 닿아서 지금은 엄청 화목해졌다. 그사이에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던 거 같다. 오랜만에 만나서 아버지와 취중 진담을 하는데 커밍아웃하고 주눅 들고 피폐한 삶을 살고 있을까 봐서 걱정이었다더라. 옛날보다 훨씬 밝아지고 너무 행복하게 사는 것 같아서 보기 좋다더라. 남들한테 피해 주지 말고 대신 눈치 볼 것도 없다면서 항상 승리하고 살라더라. 그래서 아버지랑 만나면 술도 마시고 노래방도 간다. 커밍아웃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후련함을 드러냈다.


김지수 온라인 뉴스 기자 jis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