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패배 요인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이번 대선에 10억 달러(약 1조4천억원)를 쏟아붓고도 패배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데 대해 외신은 6일(현지시간) 해리스 부통령의 초반 상승세를 무너뜨린 여러 실책을 되짚었다.
대표적으로는 10월 초 있었던 해리스 부통령의 미 ABC방송 '더 뷰' 인터뷰가 꼽힌다.
당시 진행자는 해리스 부통령에게 지난 4년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다르게 했을 것 같은 일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바이든 행정부의 부통령으로서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기도 했지만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후보로서 스스로를 바이든 대통령과 차별화하며 유권자들에게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은 "생각나는 것이 없다"면서 "대부분의 결정에 나도 한 부분이었다"고 답변하는 데 그쳤다.
바이든 대통령의 실책을 과하게 부각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정책적 비전을 보여줄 수 있었던 기회를 흘려보낸 셈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여러 인터뷰에서 해리스 후보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데 계속 고전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낮은 와중에 해리스 부통령이 변화를 가져올 후보로 스스로를 내세우는 데 한계를 보이면서 오히려 트럼프 당선인에게 공격의 빌미만 줬다는 얘기다.
FT는 해리스 부통령이 어려운 질문에 즉답하지 않고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패인의 하나로 지목했다.
9월 초 민주당 대선후보로서 처음 한 인터뷰에서 가계 생활비를 낮출 구체적 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구체적인 즉답을 하지 않은 채 거의 4분간 딴소리를 했던 사례를 예로 들었다.
해리스 부통령이 본능에 따라 러닝메이트로 선택했다는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패배의 요인 중 하나로 지목하는 시각도 있다.
'대도시 샌프란시스코의 진보인사' 이미지가 강한 해리스 부통령에게는 이를 중화하고 보완할 러닝메이트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펜실베이니아주 민주당 고위 당직자인 린디 리는 폭스뉴스에 조 샤피로 펜실베이니아주지사 같은 중도적 인물이 부통령 후보로 적절했을 텐데 해리스 후보는 오히려 더 '왼쪽'에 있는 월즈 주지사를 택했다고 지적했다.
월즈 주지사가 부통령 후보 TV 토론에서 스스로를 '얼간이'로 지칭하는 등 준비된 후보의 인상을 주지 못했다는 점도 FT는 문제로 꼽았다.
선거 막판에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지지자들을 '쓰레기'로 지칭했던 것 역시 패배를 자초하는 악재나 다름없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막판 유세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실언을 부각하면서 '여러분은 쓰레기가 아니다'라며 지지자들을 결집시켰고 해리스 후보의 진화 노력도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이 밖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좀 더 일찍 대선후보에서 사퇴했어야 한다거나 민주당이 노동자들의 표심 확보에 소홀했다는 등 여러 요인이 패배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 CNN방송 알렉스 톰슨 기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이 '어떻게 10억 달러를 쓰고 이기지 못할 수가 있느냐'고 해리스 캠프를 비판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더 빨리 대선 레이스에서 빠졌어야 했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전했다.
톰슨은 이어 민주당이 몽유병자처럼 재앙으로 걸어가고 있으며 6회에 투수를 바꾸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는 민주당 관계자의 평가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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