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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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집권] "핵심질문에 미적"…해리스 패배 부른 결정적 장면

바이든과 차별화할 중대 기회 놓쳐…즉답 피하고 딴소리
바이든은 '트럼프 지지자 쓰레기' 실언…러닝메이트 낙점도 실책으로 꼽혀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패배 요인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이번 대선에 10억 달러(약 1조4천억원)를 쏟아붓고도 패배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데 대해 외신은 6일(현지시간) 해리스 부통령의 초반 상승세를 무너뜨린 여러 실책을 되짚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6일(현지시각) 워싱턴의 하워드 대학교에서 대선 패배 연설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10월 초 있었던 해리스 부통령의 미 ABC방송 '더 뷰' 인터뷰가 꼽힌다.

당시 진행자는 해리스 부통령에게 지난 4년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다르게 했을 것 같은 일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바이든 행정부의 부통령으로서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기도 했지만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후보로서 스스로를 바이든 대통령과 차별화하며 유권자들에게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은 "생각나는 것이 없다"면서 "대부분의 결정에 나도 한 부분이었다"고 답변하는 데 그쳤다.

바이든 대통령의 실책을 과하게 부각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정책적 비전을 보여줄 수 있었던 기회를 흘려보낸 셈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여러 인터뷰에서 해리스 후보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데 계속 고전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낮은 와중에 해리스 부통령이 변화를 가져올 후보로 스스로를 내세우는 데 한계를 보이면서 오히려 트럼프 당선인에게 공격의 빌미만 줬다는 얘기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6일(현지시각) 워싱턴의 하워드 대학교에서 대선 패배 연설을 마친 후 남편 더그 엠호프와 함께 퇴장하고 있다. 

FT는 해리스 부통령이 어려운 질문에 즉답하지 않고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패인의 하나로 지목했다.

9월 초 민주당 대선후보로서 처음 한 인터뷰에서 가계 생활비를 낮출 구체적 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구체적인 즉답을 하지 않은 채 거의 4분간 딴소리를 했던 사례를 예로 들었다.

해리스 부통령이 본능에 따라 러닝메이트로 선택했다는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패배의 요인 중 하나로 지목하는 시각도 있다.

'대도시 샌프란시스코의 진보인사' 이미지가 강한 해리스 부통령에게는 이를 중화하고 보완할 러닝메이트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펜실베이니아주 민주당 고위 당직자인 린디 리는 폭스뉴스에 조 샤피로 펜실베이니아주지사 같은 중도적 인물이 부통령 후보로 적절했을 텐데 해리스 후보는 오히려 더 '왼쪽'에 있는 월즈 주지사를 택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버지니아주 투표소 앞 선거 팻말. 워싱턴=연합뉴스

월즈 주지사가 부통령 후보 TV 토론에서 스스로를 '얼간이'로 지칭하는 등 준비된 후보의 인상을 주지 못했다는 점도 FT는 문제로 꼽았다.

선거 막판에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지지자들을 '쓰레기'로 지칭했던 것 역시 패배를 자초하는 악재나 다름없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막판 유세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실언을 부각하면서 '여러분은 쓰레기가 아니다'라며 지지자들을 결집시켰고 해리스 후보의 진화 노력도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이 밖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좀 더 일찍 대선후보에서 사퇴했어야 한다거나 민주당이 노동자들의 표심 확보에 소홀했다는 등 여러 요인이 패배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 CNN방송 알렉스 톰슨 기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이 '어떻게 10억 달러를 쓰고 이기지 못할 수가 있느냐'고 해리스 캠프를 비판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더 빨리 대선 레이스에서 빠졌어야 했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전했다.

톰슨은 이어 민주당이 몽유병자처럼 재앙으로 걸어가고 있으며 6회에 투수를 바꾸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는 민주당 관계자의 평가도 전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