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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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광우의시네마트랩] 권력과 광신, 그리고 가족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 시즌1’(2021, 시즌1)은 평범한 사람이 어느 날 천사에게서 지옥에 갈 날짜를 고지받고 고지받은 당일에 지옥의 사자라고 불리는 괴생명체 세 명에게 산 채로 불태워지는 이른바 시연을 당한다는 충격적인 설정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이 괴생명체가 등장한 이유를 알지 못하고 막연한 두려움에 빠진다. 이에 관해 새진리회라는 신흥 종교 조직의 창립자인 정진수가 인간의 도덕적 타락과 죄악 때문에 단죄하는 것이며 이는 신의 계시라고 설명해 많은 이의 지지와 신망을 얻고 새진리회의 교세를 넓혀 나간다.

‘시즌1’의 마지막 회에서는 고지받은 어린 아기 튼튼이를 살리기 위해 아기의 부부가 대신 시연당하고 아이는 살아나는 예외적인 기적이 일어났다. 고지를 받은 이가 지옥에 간다는 것은 고지를 받은 이가 어떤 죄를 지었기에 고지를 받은 것이라는 제도화되고 권력화된 새진리회의 교리에 위반되기에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새로운 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을 안겨준다. 그리고 공개적인 시연을 당한 박정자가 불에 탄 시체에서 다시 온전한 몸을 지니고 부활하는 장면으로 끝이 났다.

 

이번에 공개된 ‘지옥 시즌2’(시즌2)에서는 거대한 종교 조직으로 성장한 새진리회와 한때는 새진리회의 친위조직이었던 화살촉이 완전히 분리되어 양자 간 대립이 격화되고, 박정자에 이어 비밀리에 시연당했던 새진리회의 창립자 정진수도 부활하면서 시작된다. 새진리회가 부활한 박정자를 보호하고 있음을 대통령실 정무수석 이수경이 알게 되고, 새진리회와 화살촉의 갈등을 이용해서 정국을 주도하려는 정무수석의 음모가 추가된다.

‘시즌1’은 고지와 시연이라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두려움에 떠는 대중 사이에서 새로운 종교가 발생하는 과정을 다뤘고 시즌2는 종교의 대립을 이용하여 정국을 주도하려는 정치인들과 이들의 음모에 저항하는 지하 집단인 소도의 활동을 다룬다.

‘시즌2’는 결국은 자기 이익에 충실하고 다른 이들을 선동해서 권력을 누리는 인물과 순수하기에 이타적이고 희생적인 인물의 차이를 보여준다. 전자는 대체로 진영을 막론하고 권력을 쥔 자들이고, 후자는 박정자와 같이 전자에 의해 이용당하거나 소도의 창립자인 민혜진과 같이 전자에 대항하는 인물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순수성과 희생정신은 그들의 모성과 책임감에서 기인하고 이런 그들의 성향은 가족 관계를 재구성한다. ‘시즌2’에서 가족은 여자/어머니들을 중심으로 재구성되고 남자/아버지들은 가족을 지키지 못한다. 정진수의 비밀을 알고 있으며 하나뿐인 딸을 보호하려는 진경훈은 딸의 죽음을 막지 못한다. 만약 ‘시즌3’이 만들어진다면 가족은 어떤 형태로 나타나고 새진리회, 화살촉, 소도 그리고 정부는 어떻게 움직이게 될까.

 

노광우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