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구체성 없는 변명 일색…기대 못 미쳐" 尹담화 시민 반응 ‘싸늘’

7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기자회견에 대해 시민들이 대체로 “구체성이 떨어지는 내용”이라는 싸늘한 반응을 보인 가운데 일부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태 해결 의지를 보인 것은 다행“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일부 시민들은 ‘절망감만 안기는 정부’ ‘대통령의 소상한 해명을 기대한 내가 바보’ 라는 등의 거친 언설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며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또 “아내가 신중하게 처신했어야 했다. 국민께 걱정을 끼치면 무조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7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은 담화 초반 국민들을 향한 사과의 발언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과가 무엇에 대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달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구체으로 말하기에는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여당 지지자라고 밝힌 김재욱(43)씨는 “명태균 의혹도, 김건희 여사 논란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엉뚱한 답만 늘어놨다. 대통령 입을 통해 듣고 싶었던 한 마디도 들을 수 없었다”고 혹평했다. 이어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이유를 아직도 모르는건지, 여전히 국민의 요구를 무시한 처사”라며 “지지자들에게 좌절감만 준 140분”이라고 혹평했다.

 

직장인 이현영(37)씨는 “김 여사에 대한 의혹 제기를 가짜뉴스나 악마화라고 표현하는 뻔뻔함에 놀랐다”며 “명품백 수수부터 국정 개입까지 해명해야할 내용이 엄청난데도 잘못을 회피하고 남탓 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슬비(42)씨는 “알맹이 없는 사과였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의혹이 제기된 인물들과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 등 국민들이 궁금해한 부분에 대해선 속 시원히 대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라고 밝힌 한 시민은 “지금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걱정인데 여사 얘기만 계속 하고 있어서 보다가 껐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아직 경기가 어려운 걸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하루에도 수백개씩 가게가 사라지고 있는데 경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얘기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의 공식 활동을 보좌할 제2부속실이 정식 출범하는 등 변화 의지를 보인 점이 고무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김성회(58)씨는 “대통령이 여사 문제와 관련해 ‘부부싸움도 하겠다’고 말한 게 가장 인상 깊었다”며 “100% 속 시원한 사과였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직접 나서 해결 의지를 보여준 건 잘한 거 같다”고 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는 7일 서울 시내의 한 재래시장에서 시장상인이 생중계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경실련은 이날 담화 직후 입장을 내고 “대통령은 국정 쇄신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고 국정 혼란과 국민에게 걱정을 끼친 점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정작 공천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고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 관련 특검 수용도 거부했다”며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도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의 상황 인식과 대처는 국민 여론에 떠밀려 ‘사과는 하지만 나는 내 갈 길 가겠다’였다”며 “대통령이라는 헌법상의 지위에 따르는 공적인 책임이 무엇인지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만 확인된 담화였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수성향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 조동근 공동대표(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야당의 과도한 정치공세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나와 사실을 밝힌 점 자체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규희·이예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