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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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어느 곳에서나 빛을 발한다… 사막으로 간 공공미술

동과 서가 만나는 곳, 리차드 세라 ‘동-서/서-동’
나를 돌아보는 기회, 올라퍼 엘리아슨 ‘낮에 바다를 여행하는 그림자’

세계적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작가들이 언제부터인가 황량한 사막에 자신의 작품들을 만들어놓기 시작했다.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았지만 지금은 지구촌 곳곳에서 순례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공공 미술의 힘이다. 

 

카타르 사막도시 제크리트에 있는 미국 조각가 리차드 세라 작품 ‘동-서/서-동’은 협곡 사이로 1km에 걸쳐 16.7m 높이의 4개 철탑이 줄지어 선 모습으로 설치되어 있다.

 

‘동-서/서-동’
‘동-서/서-동’

‘동과 서가 만나는 곳’을 표현했다지만, 석양 속에 파묻힌 ‘동-서/서-동’은 마치 ‘하늘과 만나려는 인간의 의지’처럼 보인다.

 

리차드 세라의 조각은 대부분 대형 강철판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강철로 공간의 구성을 재고하고, 산업적 이미지와 육중한 무게감을 예술적 언어로 변환시키는데 성공했다. 관람객들이 자신의 몸과 주변 환경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바꾸어 놓은 것이다. 

 

‘동-서/서-동’
‘동-서/서-동’

실내외를 가리지 않는 그는 작품을 제작할 때 환경과의 관계를 중시한다. 작품의 선과 각도는 주변 공간과 대화를 시도한다. 그래서 그의 설치물 주변을 걷는 것은 단순히 시각적 감상을 넘어 공간을 몸으로 체험하는 과정이 된다. 

 

그는 예술 작품이 관람객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존재한다고 믿었다. 감상하는 이들이 공간과 작품을 경험하는 방식을 뒤바꿔놓는 것, 그것을 예술의 주요 덕목 중 하나로 여겼다.

 

올라퍼 엘리아슨의 ‘낮에 바다를 여행하는 그림자’는 카타르 최북단 지역인 아인 모하메드 외곽의 사막을 위해 특별히 설치된 작품이다.

 

모두가 높은 곳만을 우러러 본다.

 

‘낮에 바다를 여행하는 그림자’
‘낮에 바다를 여행하는 그림자’

작품의 지붕 밑면이 거울로 이루어져 있어, (작품 아래 서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뒤로 꺽고 올려다보면 역설적이게도 ··· 나를 올려보고 있는 나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작품들은 평형유지를 위해 저마다 세밀한 수학이 적용됐다. 낮과 밤 기온차가 커 팽창과 수축을 거듭하면서 사막의 모래바람에 거세게 흔들려도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작품의 둥근 관 속에 액체를 주입해 놓았다.

 

‘낮에 바다를 여행하는 그림자’
‘낮에 바다를 여행하는 그림자’

주변에 하나씩 간격을 벌이고 서 있는 원도 작가의 의도대로 배치된 것들이다.

 

멀리서 바라볼 때보다, 작품 밑을 지나다니면 움직임에 따라 보여지는 광경이 다양하게 변화해 꽤나 흥미로운 시간을 누릴 수 있다. 따갑고 뜨거운 사막을 걸어온 보람을 얻는다.

 

작품명 ‘낮에 바다를 여행하는 그림자’는 아랍어로 시적, 지적인 분위기를 내는 제목인데,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다소 어색해졌다고 현지 관계자가 아쉬워 한다.


도하(카타르)=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