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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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 191번 찔러 죽여 놓고도…“사과 한마디 없이 눈물만 흘렸다”

국회 국정감사서 강력범죄자에 대한 처벌 미약하다는 지적 나와

유족 “가해자와 합의한 게 아닌데, 감형 근거로 삼아진 것 분노”

최근 각급 법원을 대상으로 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강력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은 미약하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강원도 영월에서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를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이 언급됐다. 이 사건 가해자인 20대 남성 류모씨가 항소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은 뒤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류씨가 범행 당시 사물 변별 능력에 문제가 없었으며, 자신의 고통을 외부 탓으로 돌리는 성격적 특성을 고려해 형량을 늘리기도 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24일 류씨는 점심시간 중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와 여자친구 A씨를 흉기로 무참히 살해했다. 사건 직후 류씨는 스스로 112에 신고했고,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A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살인사건 가해자 류모씨(왼쪽부터)와 피해자 A씨, 피해자 어머니. 유족 제공

 

시신을 부검한 결과, A씨의 몸에서는 총 191군데의 흉기 자상이 발견되었으며, 그 잔혹성에 가족조차 시신을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류씨는 경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잠에서 깨어나 문득 A씨를 죽이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층간소음 문제와 결혼 준비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류씨가 사물 변별력에 문제가 없는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특히 피해자와 사건 전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와 CCTV 자료 등을 근거로, 계획적이지 않더라도 순간적 충동에서 벗어난 명확한 의도성이 있다고 보았다.

 

1심 재판부는 이러한 이유로 류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을 재판부는 징역 23년으로 형량을 상향했다. 재판부는 "류씨가 자신의 어려움을 외부에 돌리거나 타인에게 원망을 표출하는 성격적 경향이 있으며, 범행 당시에도 자신의 행위가 범죄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인 A씨의 어머니는 사건 후 검찰로부터 받은 유족 구조금이 감형 요소로 작용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A씨 어머니는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구조금은 범죄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제공된 것이며, 가해자와 합의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감형 근거로 삼아진 것에 유족으로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그는 항소심 과정에서 류씨가 자신을 만나 사과 한마디 없이 눈물만 흘렸던 것을 떠올리며 "류씨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교도소에서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않으면 사회에 다시 나올 때 또 다른 비극이 반복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흉악 범죄가 증가하는 가운데 피해자와 유족의 권리 보호, 안전망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류씨는 상고하지 않아 징역 23년 형이 최종 확정되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