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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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 vs "민폐"…올겨울도 '길고양이 논쟁' 가열

보호단체들 '겨울 집' 짓기 시작…주민 갈등·생태 교란 지적도

"아이가 동사하는 일은 없게 해야죠."

지난 9일 오전 7시 50분께. 8년 차 '캣맘'(길고양이 보호 활동가)인 서울 관악구 주민 A씨가 한 지하철역 입구 근처에 놓인 길고양이 집 구석구석에 단열용 스티로폼을 붙이며 말했다.

A씨는 "아이들을 해코지할 사람이 있을까 봐 걱정될 뿐"이라며 "작년에는 누군가 겨울 집 안에 물을 뿌려놔 내부가 얼었고, 최근에도 급식소 사료 그릇을 누군가 내동댕이쳤다"고 했다.

관악구 주민 A씨가 관리하는 '겨울집'에서 쉬는 길고양이. 연합뉴스

추위가 찾아오자 A씨가 속한 관악구 길고양이보호협회를 비롯한 서울 곳곳의 동물 애호 단체들이 길고양이 겨울나기 채비에 나서면서 해묵은 갈등이 다시 점화할 조짐을 보인다.

동물권 단체 카라는 최근 "올겨울 역대급 추위가 예상된다"며 6개월 이상 길고양이 보호 활동을 한 활동가 50명을 대상으로 길고양이 '겨울 집' 지원에 나섰다.

겨울 집은 길고양이가 혹한을 견딜 수 있게 돕고, 온기를 찾아 공동주택 지하 주차장에 출몰하는 것도 줄일 수 있다는 게 카라 측 설명이다. 이들은 겨울 집을 봄에는 철거할 것을 권고했다.

강동구에 기반한 '미우캣보호협회'는 협회 차원에서 고양이 감기약을 사들여 사료와 함께 나눠주기 시작했다. 혹한을 맞은 길고양이들의 감기 예방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 단체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길고양이들이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적잖기 때문이다.

버스 정류장 온열 의자를 차지한 고양이들. SNS 캡처

캣맘들이 건물주나 주민들과 상의 없이 급식소를 설치해 마찰을 빚는 게 대표적이다. 길고양이들이 쓰레기봉투를 뜯어놓고 곳곳에 똥·오줌을 남겨놓는가 하면, 짝짓기할 때 내는 특유의 소리로 잠을 방해하기도 한다.

캣맘들의 인터넷 카페에선 최근 "아파트 관리소장이 길고양이 급식소를 치우며 소리를 지르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 "겨울 집을 누군가 발로 차서 아이(고양이)가 놀랐는지 더 이상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글들이 끊이지 않는다.

길고양이가 주민들에게 주는 불편은 동물 학대로 번지기도 한다.

지난달 충남 천안에선 쇠막대기로 눈이 먼 고양이를 때리고 담뱃불로 머리를 지진 남성이 검거됐다.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고양이들이 집 근처 쓰레기봉투를 자꾸 뜯어 지저분해졌다"고 말했다.

SNS에서도 "본인의 집 이외 장소에 먹이를 주는 행위를 처벌해야 한다", "캣맘·캣대디가 사회를 파괴하고 있다"는 등의 강경한 목소리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길고양이. 연합뉴스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을 넘어 길고양이들이 궁극적으로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비판도 있다. 길고양이가 너무 많아 다람쥐와 참새 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립생태원에서 포유류를 연구하는 최태영 박사는 "야생동물인 길고양이를 반려동물로 여겨 밥을 주면서 수가 불어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의도가 선하다고 결과까지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