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등장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지구 전쟁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미국, 유럽, 북한까지 얽혀 있는 고차원 정치방정식으로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은 문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쟁의 조기 종결을 공언해온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면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지원 축소·중단에 따른 변화를 예상한다. 김용우 전 육군참모총장은 “트럼프 당선인은 경제와 국익 관점에서 (전쟁 상황을)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보는 것 같다”며 “이는 우크라이나에 큰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전쟁을 지속한다는 것은 미국 무기가 우크라이나에 계속 들어간다는 의미”라며 “비용 절감이 최대 목표인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선 전쟁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센터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지원을 축소·중단하면 유럽도 고민에 빠질 것”이라며 “미국이 지원을 끝낸다고 해서 유럽도 동시에 지원 축소·중단을 하진 않겠지만, 현 기조가 무한정 이어지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우크라이나가 3년 가까이 버티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에 힘입은 것인데, 지원이 줄거나 중단되면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휴전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친이스라엘 성향인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가자 지구 전쟁을 비롯한 중동 정세 변화 가능성도 주목된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인은) 표면적으론 이스라엘을 지지하면서도 중동 분쟁에 미국이 휘말리는 것은 경계할 것”이라며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아브라함 협정으로 이스라엘이 아랍 수니파 왕정국가와 손잡게 해서 이란을 견제하려 했는데, 이 같은 중동 정책은 2기 행정부에서도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의 전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 정부는 성급한 지원보다는 새로운 미 정부 행보를 지켜보면서 우크라이나 지원 방법이나 규모, 시기 등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는 신중론이 많다.
전문가들은 국제정세를 주시하면서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남 원장은 “한국은 간접 당사자이므로 국제분쟁에 너무 일찍 발을 딛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수위와 충분히 의사소통을 해서 미국의 향후 행동을 보면서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총장도 “미국 등 국제사회가 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를 보고 유연하게 반응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러 관계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미·러 관계도 바이든 행정부 시절보단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북·러 밀착을 조금이라도 이완시키려면 한·러 관계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