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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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러 조약 서명·트럼프 리스크, 시험대 오른 韓 외교·안보

핵·미사일 첨단무기기술 이전 속도
트럼프 2기 한반도 안보 급변 우려
시나리오별 전략 짜고 국익 지켜야

한반도 안보정세에 안개가 자욱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제 러시아와 북한 중 한쪽이 전쟁상태에 처하면 군사지원을 하는 상호방위 조약에 서명했다. 북한과 조약 비준서를 상호 교환하면 조약의 효력은 무기한 발생한다.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상황에서 조약까지 발효되면 핵과 미사일 등 첨단기술 이전에 속도가 붙을 게 분명해 우려스럽다. 이미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최종 완결판으로 부른 ‘화성포 19형’을 쏜 마당이라 핵 도발의 강도가 더 세질 공산이 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맹을 경시하고 잇속만 챙겨가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까지 앞두고 있다. 트럼프 1기 참모였던 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2기가 1기보다 더 위험할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한 뒤 바로 북한 평양을 방문한다고 해도 전혀 놀랍지 않다”고 했다. 뉴트 깅그리치 전 미 하원의장도 “그가 김정은(국무위원장)과 대화를 즉시 재개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북·미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 보유를 전제로 미 본토 공격이 가능한 ICBM의 폐기와 경제 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직거래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가실 줄 모른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 뉴스위크와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핵 공격에 나선다면 한·미동맹에 기반해 즉각적인 핵 타격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2기에는 한·미동맹에 균열이 나 이런 대응이 실행되지 않을 수 있다. 정부는 외교채널을 동원해 트럼프에게 북핵을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는 우리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핵무장을 하게 되면 일본과 대만도 핵무장을 하게 될 것이고 동북아안보와 글로벌 안보가 더 위협에 빠질 수 있다”고도 했다. 굳이 독자 핵무장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해 협상력을 약화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트럼프조차 과거 한·일이 자국방어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며 핵무장도 대안 중 하나로 거론하지 않았나.

이제 외교·안보 전략을 새로 짜고 협상 카드도 준비해야 할 때다. 윤 대통령은 어제 경제·안보 점검회의에서 “우리 경제와 안보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안보에서 많은 구조적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2기 출범 전 윤 대통령과 트럼프 간 회동을 성사시켜 우리 측 입장을 설득하고 공감대를 넓히는 게 급선무다. 북핵 문제와 방위비분담금 등 주요 사안마다 정교한 대책을 준비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