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가정폭력을 당한 30대 남성이 자신을 찾아온 아버지를 흉기로 휘둘러 살해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30대 남성이 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심재완)는 존속살해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33)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7월11일 오후 7시42분께 인천시 서구에 위치한 자택에서 아버지 B씨(62)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고 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B씨가 어머니 C씨와 이혼한 이유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잔소리하자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A씨는 아버지와 따로 살고 있었으나 사건 당일 B씨가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젊은 나이에 돈은 벌고 있냐”라거나 “한 푼이라도 돈을 벌어야지 남자가 뭐 그렇게 아파”라는 등 압박하는 말을 들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A씨는 B씨의 얼굴을 여러 차례 때리고 자신을 피해 도망가는 B씨를 뒤쫓아갔다. 그는 피해자에게 약 10차례 흉기를 휘두르기도 했다. 피해자는 머리 뒷부분과 왼쪽 손목에 상해를 입어 병원 치료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범행 이후 스스로 112에 자신을 신고했다. 법원은 A씨가 어릴 때부터 B씨에게 가정폭력을 당한 점과 어머니 C씨가 가정폭력을 당하는 것을 목격한 점 등이 범행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해 실형을 선고하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B씨 역시 “모든 잘못은 내가 했다”라거나 “아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아버지인 피해자가 듣기 싫은 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격분해 현관문을 열고 주거지 밖으로 나갈 때까지 피해자를 쫓아다니며 흉기로 공격했다”며 “살인 행위가 미수에 그쳤더라도 중대한 범죄여서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는 점과 과거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도 없는 점, 피해자가 자신의 연락을 피하는 피고인을 찾아가 자극해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인 점 등을 종합했다”고 선처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