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덕여자대학교에서 남녀공학으로 전환한다는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학생들은 대자보, 근조화환 등으로 학내 시위를 벌이며 거세게 반발하는데, 일부 학생들이 항의의 뜻으로 달걀과 케첩을 뿌리고 시위 문구가 새겨진 종이를 함부로 버리고 있다.
이에 학생들 사이에서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여성이 대부분인 환경미화원 어머님들”이란 비판이 나온다.
12일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등 커뮤니티에서는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을 언급한 게시글에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동덕여대 교무위원회가 남녀공학 전환을 논의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자대학의 존치 필요성에 관한 찬반 논쟁이 다시 불이 붙었다.
동덕여대 측은 공학 전환이 학교 발전 계획을 고민하며 나온 의견 중 하나일 뿐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학생들은 대학 본부에 대한 항의 의미로 학교 점퍼를 본관 앞에 벗어두는 등 반대 시위로 들끓고 있다.
앞선 10일 동덕여대 등에 따르면 학교에서 지난 7일 ‘남녀공학 전환 논의가 나왔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온라인을 중심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이미 공학 전환이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다.
학교 건물에는 ‘공학 전환을 결사반대한다’는 근조 화환이 가득 늘어섰고, 약 1600명의 학생이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연대 서명에 참여한 상태다.
총학생회는 철회를 요구하는 무제한 토론과 함께 피케팅 시위를 벌일 예정으로 알려졌다.
총학생회는 “동덕여대의 근간인 여성을 위협하는 공학 전환에 전적으로 반대한다”며 공학 전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반대 연대 서명과 전환 철회를 요구하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을 벌이겠다며 투쟁을 예고했다.
동덕여대 재학생들은 남녀공학 전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여대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과거 가부장제에 묶여 교육에서 배제된 여성에게 교육권을 보장하고자 했던 여대 설립 취지가 현시대 흐름과는 더 이상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가운데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의 무분별한 행동이 교내를 어지럽히고 뒷정리는 환경미화원들이 떠안게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날 더럽게 어지럽혀진 동상, 건물, 캠퍼스 모습이 공개돼 비판 여론이 일었다.
성숙한 시위나 집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또 소셜미디어(SNS)에는 남성혐오로 가득 찬 글이 다수 게재됐다는 이유에서다. 지성인으로서 성숙한 시위 문화가 절실한 대목이다.
여대는 존치의 당위성과 별개로 현실에 부딪혀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저출생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 숫자가 줄면서 여대뿐만 아니라 수도권 대학마저 학생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남녀공학 전환은 교육 당국의 인가 없이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동덕여대의 남녀공학 전환은 학교의 결정에 달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