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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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보병으로 참전한 북한軍, 대규모 사상자 발생할 가능성 [우크라戰 새 국면]

美 “북한軍, 우크라軍과 전투 중”

북한軍, 전차나 장갑차 없이 보병 활동
포병 공격 등 노출… 전투 효과 불확실
파병 인정않는 北, 러軍으로 위장 투입
사상자들 北에선 ‘잊혀진 존재’ 될 수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돕고자 파병된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함께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한 전투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시아·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이 격전을 벌이고 있는 쿠르스크 일대는 러시아 영토다. 개전 이후 방어에 치중하던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8월부터 러시아 본토인 쿠르스크를 공격해 상당한 영토를 확보했다.

훈련받는 북한군 지난 5일 우크라이나 유력 언론인이 소셜미디어에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훈련받고 있는 모습이라고 주장하며 올린 동영상 캡처. 소셜미디어 캡처

하지만 이 지역에서 북한군 1만여명을 포함해 러시아·북한군 5만명이 우크라이나군과 교전에 들어가면서 우크라이나군은 방어태세로 전환할 수밖에 없게 됐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북동부 하르키우, 중남부 자포리아 등에서도 공세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군은 방어에 치중하는 전투를 벌일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군의 움직임을 다소나마 감춰주던 숲이나 나무들도 겨울이 다가오면서 나뭇잎이 사라짐에 따라 러시아군 정찰 드론에 우크라이나 지상군이 노출될 위험도 높아졌다. 쿠르스크 전선이 무너질 경우 러시아군이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 지역으로 진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13일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쿠르스크에 투입된 러시아군은 해군 태평양 함대 제155 근위 해군보병여단과 흑해 함대 제810 근위 해군보병여단을 포함한 해병여단, 공수사단, 특수부대대대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북한군 1만여명이 가세해서 우크라이나군을 쿠르스크에서 몰아내는 임무를 수행할 전망이다.

 

쿠르스크에서 북한군은 전차나 장갑차가 없는 경보병으로 활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투를 앞두고 러시아 측이 북한군에 지급한 무기(경박격포, 기관총, 저격총, 로켓추진 수류탄 등)는 일반 보병이 주로 사용하는 무기다. 북한군이 러시아군으로부터 받았다는 훈련도 경보병에게 더 맞는 것이다. 언어 차이에 의한 소통 문제 등을 감안하면 전술적 측면에선 소규모 형태의 경보병 작전이 적합하지만, 우크라이나 드론과 포병 공격에 노출될 위험도 있어서 실질적인 전투효과가 얼마나 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참전한 북한군에서 사상자가 대규모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계속 파병을 인정하지 않고 북한군을 러시아군으로 위장 투입한다면, 사상자들은 북한에선 ‘잊혀진 존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로켓 발사하는 러 러시아 국방부가 13일(현지시간) 쿠르스크 지역 국경지대에서 러시아군의 다연장로켓 발사기 TOS-1A가 우크라이나 진지를 향해 발사되고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미 국무부는 쿠르스크에서 북한군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교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쿠르스크=AP뉴시스

한 대북소식통은 “북한에선 군대에 가면 복무기간 약 10년 동안 전화도, 편지도 불가능하다”며 “군인이 쿠르스크에 가있는지, 전쟁터에 나갔다 돌아왔는지, 어디에 갔는지 가족들은 모르기 때문에 북한 당국으로서는 전혀 신경 쓸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북한군에 아들을 보낸 부모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일부 미국 대북매체 보도에 대해 한 탈북민은 “군대 가면 연락도 안 되고 뭐하고 오는지 알지도 못한다”며 “애들 돌려달라고 발을 동동 구른다느니 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또 “안다고 해도 장군님이 가라고 하는데 당연히 가는 거지 거기에다 내 아들 돌려달라고 한다면 총살이다. 허황한 이야기”라고 했다. 이어 “파병군인이 살아돌아오면 영광스러운 어떤 칭호를 준다거나 하는 것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경제난 등으로 물질적 보상 대신 칭호 부여와 같은 명예로 보상하는 경우가 많다.

 

대북소식통도 “과거 중동전쟁, 베트남전쟁에 북한이 비행기 조종사들을 파병했을 때 이들에게 어떤 보상을 했다거나 하는 것은 파병 증거가 되므로 외부에 일절 공표되지 않았다”며 “내부적으로 칭호 부여 등 보상을 했을 수는 있지만 대외에 공개하지 않으면 되는 문제”라고 했다.

 

북한군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베트남전쟁 때 북한 공군이나 심리전 부대원들이 갔는데 다 돌아온 뒤에 훈장을 받았다”며 “그 훈장들은 확실한 파병 증거가 되기 때문에 당시엔 밖으로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그것도 승리하고 돌아온 다음의 이야기”라며 “파병군인들이 가서 크게 공을 세웠다든지 게임체인저 역할을 했다면 북한은 내부적으로 요란하게 선전할 것이고, (파병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에도) 외부에는 노출시키지 않으면 되기 때문에 나름대로 계획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수찬·김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