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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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개입 최소화·거래적 동맹 지지 ‘예스맨’으로 채웠다 [트럼프 2기 시대]

인사로 본 트럼프 외교안보정책

전문성·경륜보다는 ‘美 우선주의자’
헤그세스, 北 대화 옹호·파병 부정적
한반도 안보 ‘불확실성’ 확대 우려

CIA수장, 정보 능력 논란에도 지명
중동 특사엔 ‘골프 친구’ 위트코프
장성 출신 배제… 트럼프 정책 ‘날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을 보면 대부분 전문성이나 경륜보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 구상을 잘 실현할 수 있는 충성파 인물들이다. 트럼프 1기에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등 경륜이 풍부한 공화당계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트럼프 당선인의 돌발 행동에 견제구 역할을 했던 것을 2기에서는 기대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해외주둔 미군의 전략적 의미를 이해하는 이들 대신 군사개입 최소화, 거래 논리에 입각한 동맹관 등 트럼프 당선인의 의중에 힘을 실을 이들로 외교안보라인이 구성돼 주한미군 감축,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한국의 안보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7년 4월6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폭스뉴스 진행자였던 피트 헤그세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12일(현지시간) 헤그세스를 집권 2기 초대 국방장관으로 지명했다.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2기 국방장관으로 지명한 피트 헤그세스는 1980년생으로 프린스턴대 졸업 이후 미 육군 주방위군에서 보병 장교(소위)로 임관했다. 관타나모 기지에서 미네소타 주방위군 소대장을 했으며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서 자원 복무했다. 2012년 미네소타에서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당내 경선 과정에서 중도 사퇴하고, 이후 폭스뉴스에 전문가로 출연해 활동하다 프로그램 진행을 맡았다. 트럼프 당선인이 폭스뉴스에 출연하며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1기에서 보훈부 장관으로 검토된 적도 있다.

 

헤그세스는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안보관을 완전히 따르는 인물이다. 2018년 제1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전인 2018년 5월 폭스뉴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데니스 로드맨을 만나길 원하고 미국프로농구(NBA)를 좋아하며 서양 팝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도 하루 종일 자기 주민을 살해해야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 비핵화 회의론이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과 김 위원장의 만남을 옹호하면서 나온 말이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도 비판적이며, 스스로도 파병 경험을 갖고 있지만 해외 미군 파견에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폭스뉴스에 출연해서는 “미국 국민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맞서 싸우기 위해 우리 아들들을 지구 반대편으로 보내는 것을 진정으로 지지할까”라고 반문하며 “엘리트들은 우리가 그렇게 하기를 원할 것 같지만 미국 국민들은 아마도 그렇지 않다고 말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헤그세스부터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된 마이크 왈츠 플로리다 하원의원, 국무장관 임명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마코 루비오 플로리다 상원의원까지 트럼프 2기 외교안보라인의 수뇌부는 ‘견제구 없는 트럼프 충성파‘로 채워지게 된 셈이다.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지명된 존 랫클리프 전 국가정보국장(DNI) 역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 수사에 적극 나서온 트럼프 충성파 인사다. CNN은 그가 국장 시절 정보기관 구성원의 반대에도 2016년 대선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현재는 친(親)트럼프 싱크탱크인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에서 미국 안보 센터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액시오스는 이날 트럼프 당선인이 정보 분야의 또 다른 요직인 DNI에 크리스 스튜어트 전 하원의원을 지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9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처했을 때 하원 정보위에서 적극적으로 트럼프를 변호한 바 있다. 이외에도 유대계 사업가이자 트럼프 당선인의 ‘골프 친구‘로 유명한 스티브 위트코프 취임식 공동준비위원장이 중동 특사로 임명됐다.

 

인사 면면을 볼 때 집권 1기 때는 장성 출신 고위당국자나 경륜 있는 전문가들이 트럼프 당선인의 충동적 결정을 제어하는 시도라도 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이 같은 가능성이 원천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해병대 4성 장군 출신),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육군 3성 장군 출신) 등 장성 출신의 전직 군인들이 이번 첫 외교안보라인에는 보이지 않는다. 집권 1기 때 트럼프 당선인이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을 몇 차례 거론했으나 실행에 옮기지 않은 것은 해외주둔 미군의 전략적 의미를 잘 이해하는 이들의 존재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완전히 ‘내부인‘으로만 채운 이번 외교안보 인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우선주의 외교‘, 즉 해외 분쟁에 대한 군사개입 최소화, 거래 논리에 입각한 동맹관에 제동을 걸 사람은 없어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는 첫 임기 때 해외에 배치된 군대를 철수하고 군대를 이용해 국내 소요 사태를 진압하라는 요구에 저항하는 민간 및 군 지도자들로부터 방해를 받았다고 생각하며 국방부 인선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왔다”고 전했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