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한국 야구대표팀이 또 첫 경기부터 고개를 숙였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3일 대만 타이베이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대만에 3-6으로 패했다.
류 감독은 대회 개막을 앞두고 여러 번 "첫 경기가 중요하다. 대만전에서 꼭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대만, 쿠바, 일본, 도미니카공화국, 호주와 B조에 속한 대표팀은 슈퍼라운드(4강) 진출을 1차 목표로 내세웠고, 1차전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일찌감치 대만전 선발로 내정된 고영표가 2회 투아웃을 잡아놓고 만루 홈런과 2점 홈런을 허용한 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대만 왼손 선발 린여우민에게 3회까지 무안타로 끌려가던 타선은 4회 김도영(KIA 타이거즈)과 박동원(LG 트윈스)의 적시타로 2점을 따라갔다.
7회에는 대타 나승엽의 1점 홈런이 터졌지만, 더는 따라가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이제껏 한국 야구가 좋지 않았던 결과를 남겼던 국제대회를 돌이켜보면, 꼭 첫판이 발목을 잡았다.
한국 야구에 아픔을 남긴 야구 국제대회로는 2003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 2006 도하 아시안게임,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7 WBC, 그리고 2023 WBC가 있다.
모두 1차전부터 패전의 쓴잔을 들었고, 대회 마지막까지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 1차전에서 한국은 대만에 4-5로 덜미가 잡혀 2004 아테네 올림픽 출전권을 놓쳤다.
2006 WBC 4강 신화의 기세를 이어 금메달을 노렸던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도 첫판 상대 대만에 2-4로 졌고, 동메달로 대회를 마쳤다.
3연속 1라운드에서 탈락했던 최근 3번의 WBC 모두 1차전을 내줬다.
2013 WBC는 네덜란드(0-5), 2017 WBC는 이스라엘(1-2), 2023 WBC는 호주(7-8)가 한국 야구를 거꾸러트렸다.
조 2위까지 슈퍼라운드 티켓을 주는 이번 대회는 일본의 전력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가운데 한국과 대만이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예상됐다.
안정적으로 2위 안에 들기 위해서는 4승 1패는 거둬야 한다.
대만에 첫판을 내준 대표팀의 앞에는 가시밭길 일정이 기다린다.
당장 14일 상대인 쿠바는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 평균자책점 1위(1.88)를 한 에이스 리반 모이넬로(소프트뱅크 호크스)를 한국전 선발로 준비하고 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 개막에 앞서서 1, 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쿠바와 두 차례 평가전을(2-0, 13-3) 모두 승리했지만, 모이넬로가 등판하면 쉽게 승기를 잡기 어려울 수 있다.
15일에는 숙적 일본과 상대한다.
만약 쿠바와 일본에까지 패한다면, 한국의 슈퍼라운드 진출은 사실상 무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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