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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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논의’ 논란…“비문명의 끝” 비판

항의 소동에 계란·케첩으로 범벅, 최대 피해자는 환경미화원
12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에서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들이 학교 측의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규탄하며 벗어놓은 학교 점퍼를 앞에 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근 동덕여자대학교에서 남녀공학으로 전환한다는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이기인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남녀공학으로의 전환을 반대하는 동덕여대 학생들의 시위에 대해 “비문명의 끝”, “망상적 테러 행위”라고 일갈했다.

 

이 최고위원은 14일 페이스북에서 “비문명의 끝을 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의 문제는 이러한 망상적 테러 행위를 바로잡기는커녕 오히려 북돋워 주거나 편승했다는데에 있다”며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지도 않은 '공학 전환'이라는 가상의 사실을 만들어놓고, 학교 측이 공들여 준비한 취업 박람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공학 전환 논의를 환영하는 학내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겁박하며, 교직원을 감금하며 불법을 넘나드는 시위를 벌이는 일은 엄연히 비상식적이고 비문명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국이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더 이상 '꼰대'가 되기 싫다고 우리 사회가 합의해온 근대적 가치들을 훼손하는 일을 정치권이 앞장서서는 안 된다”며 “집행 과정에서 '성 인지 감수성'이 걱정되면 여경을 대거 투입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동덕여대 학생들은 대자보, 근조화환 등으로 학내 시위를 벌이며 거세게 반발하고, 일부 학생들이 항의의 뜻으로 달걀과 케첩을 뿌리고 시위 문구가 새겨진 종이를 함부로 버리고 있다.

 

이에 학생들 사이에서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여성이 대부분인 환경미화원 어머님들”이란 비판이 나온다.

사진=보배드림 갈무리

이러한 가운데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의 무분별한 행동이 교내를 어지럽히고 뒷정리는 환경미화원들이 떠안게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더럽게 어지럽혀진 동상, 건물, 캠퍼스 모습이 공개돼 비판 여론이 일었다.

 

14일 기준 동덕여대 본관을 포함한 모든 건물은 학생들이 점거한 상태로 파악됐다. 강의실 폐쇄로 진행되지 못하는 수업은 실시간 화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학교 곳곳에는 ‘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지 않는다’ ‘공학 전환 결사반대’ ‘민주동덕은 죽었다’ 등의 문구가 붉은 스프레이로 쓰여 있고, 학생들이 항의의 의미로 벗어놓은 학과 점퍼(과잠)가 놓여 있는 상황이다.

 

성숙한 시위나 집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또 소셜미디어(SNS)에는 남성혐오로 가득 찬 글이 다수 게재됐다는 이유에서다. 지성인으로서 성숙한 시위 문화가 절실한 대목이다.

 

학교 건물에는 ‘공학 전환을 결사반대한다’는 근조 화환이 가득 늘어섰고, 약 1600명의 학생이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연대 서명에 참여한 상태다.

 

총학생회는 철회를 요구하는 무제한 토론과 함께 피케팅 시위를 벌일 예정으로 알려졌다.

 

총학생회는 “동덕여대의 근간인 여성을 위협하는 공학 전환에 전적으로 반대한다”며 공학 전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반대 연대 서명과 전환 철회를 요구하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을 벌이겠다며 투쟁을 예고했다.

 

동덕여대 재학생들은 남녀공학 전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여대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과거 가부장제에 묶여 교육에서 배제된 여성에게 교육권을 보장하고자 했던 여대 설립 취지가 현시대 흐름과는 더 이상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여대는 존치의 당위성과 별개로 현실에 부딪혀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저출생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 숫자가 줄면서 여대뿐만 아니라 수도권 대학마저 학생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남녀공학 전환은 교육 당국의 인가 없이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