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전남 신안군 자은도 북서쪽 해상. 본 섬에서 8.6㎞ 정도 떨어진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는 하얀색 기둥(타워)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바로 그 옆에는 높이 104m의 기둥 위에 97m에 달하는 ‘Y’자형 날개(블레이드) 3개가 붙어있는 풍력터빈 4기가 나란히 서 있었다. 풍력터빈은 남산타워 크기와 맞먹을 정도의 위용을 과시했다.
신안군 암태면 생낌항에서 40분 정도 배를 타고 도착한 이곳은 전남해상풍력1 발전단지 건설 현장. 이 발전단지는 SK이노베이션 E&S(51%)와 글로벌 그린에너지 투자개발사인 CIP(코펜하겐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가 자은도 해상에 추진 중인 국내 최대 규모(100㎿)이자 첫 민간 프로젝트파이낸싱(PF) 해상풍력 1호 사업이다.
9.6㎿ 풍력발전기 10기를 설치할 계획으로 발전용량은 96㎿다. 이는 약 6만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현재 4기가 설치 완료됐으며 5번째 풍력발전기의 타워 설치 작업이 끝나고 설치전용선에 가지런히 놓인 블레이드를 현장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전남해상풍력 관계자는 “발전기를 해저에서 지탱해 주는 모노파일은 국내에서 처음 도입하는 설치 공법으로 국내 기술과 기자재가 사용된다”고 말했다. 이어 “해수면에서 해저 암반까지 20∼30m, 깊게는 70m 아래까지 구조물을 심어야 하는 하부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풍력터빈 1기당 설치기간은 하부작업이 완료된 후 일주일 안에 끝날 수도 있지만 기상여건이 여의치 않을 경우 한 달 가까이 소요되기도 한다.
현재 공정률은 80%. 연말 준공 이후 내년 상반기 상업운전을 앞두고 있다. 상업운전이 시작되면 30GW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할 방침인 전남에 걸맞은 최대·최초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전남해상풍력은 1단지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한전과 전력 생산을 높이기 위한 막바지 계통 연계 작업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또 자은도 1단지 사업에 이어 2·3단지 사업을 위한 환경영향 평가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2·3단지 발전용량은 각각 399㎿급 규모로 이르면 2027년 말 착공해 2031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정안제 전남해상풍력 총괄부사장은 “계측기를 처음 설치하고 발전사업허가 취득 이후 터빈설치 완료까지 10년간의 노력 끝에 내년 상반기 1단지 상업운전을 개시할 예정”이라며 “민간 주도 최초의 대규모 해상풍력발전 사업으로서 국내 해상풍력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도는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안 자은도 해상 일원에 3.7GW 규모의 12개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집적화단지로 조성한다고 신청했다. 늦어도 2027년 말 착공하면 해상풍력 발전용량만 800㎿ 규모에 달한다. 도는 이를 계기로 지역 산업을 육성하고 주민에게 개발이익을 돌려주는 바람연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박창환 전남도 경제부지사는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할 전남 바다에 전남해상풍력1 발전사업은 작지만 큰 걸음”이라며 “각종 규제와 원자재 비용 상승에 따른 사업성 악화를 이겨내고 완성한 사업으로 후속 해상풍력 프로젝트들이 따라오게 될 좋은 선도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