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경찰이 사과할 때까지 예산 심의 중단”… 野, 연일 힘자랑

與 “예산농단” 질타

과잉 시위 진압 논란 속 삭감 경고
정부 예비비는 반 토막으로 ‘칼질’
추경호 “이재명 구하기 무법 정치”

전공의 복귀 여부 불투명 판단에
복지위, 관련 예산 931억원 감액

“경찰청장의 진심어린 사과가 있을 때까지, 재발방지 약속을 할 때까지 모든 예산 심의 절차를 중단할 것을 위원장님께 강력하게 요청드린다.”

 

더불어민주당 이광희 의원은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경찰은 다시 공안통치의 도구가 될 것인지, 정권의 몽둥이가 돼 국민을 탄압할 것인지 조 청장이 결정하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주말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노동단체 집회와 관련해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조 청장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그러지 않을 경우 예산 심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조지호 경찰청장이 14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경찰의 집회 관리에 대한 신정훈 위원장의 사과요구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청장은 이에 “경위가 어찌 됐든 사람들이 다친 부분에 있어서는 안타깝게 생각하고 또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국회 예산 심사권을 틀어쥔 야당이 ‘힘 자랑’에 거침이 없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전날 “경찰의 행태를 보면 권력을 호위하느라 해서는 안 될 일을 너무 많이 벌인다”며 “이번 예산 심사 과정에서도 이런 점을 명확하게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를 두고 사실상 ‘보복성 예산 삭감’을 지시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 터였다.

 

전날 민주당은 기획재정위원회 예결소위에서 내년도 정부 예비비를 절반 규모로 삭감하는 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키기도 했다. 정부는 올해 예산보다 14.3% 증액한 4조8000억원 규모 예비비 편성안을 제출했지만 민주당은 이 중 절반인 2조4000억원을 감액한 것이다. 그러자 반발한 국민의힘은 단독으로 전체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제외한 법안만 상정해 소위에 회부했다. 기재위 야당 위원들은 이에 반발해 기재위원장인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이날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예산농단’이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이 대표가 장외집회 이후 경찰을 규탄하며 보복성 예산 삭감을 예고했다면서 “민주당이 내년 검찰 예산을 삭감하고 법원 예산은 정부 원안에서 더 얹어준 의도가 ‘이재명 대표 구하기’에 있었다는 것을 드러냈다. 예산농단도 서슴지 않는 민주당의 무법정치”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보건복지부 등의 내년도 예산안 중 전공의 지원 사업 관련 예산을 931억1200만원 감액 의결했다. 구체적으로 ‘전공의 등 육성지원’으로 편성된 3110억4300만원에서 756억7200만원, 전공의 등의 수련수당 지급을 위해 편성한 589억원 중 174억4000만원을 삭감했다. 이는 의정갈등 장기화로 전공의 복귀 여부가 불투명하단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김승환·유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