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국 야구에 쿠바는 두려움과 선망의 대상이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호타준족 박재홍 해설위원의 현역 시절 별명 '리틀 쿠바'에서 쿠바 야구에 대한 과거 한국의 시선을 알 수 있다.
2000년 KBO리그 국내 선수로는 마지막으로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했던 박재홍 이후 올해 24년 만에 국내 선수 30홈런-30도루(시즌 38홈런-40도루)를 달성한 김도영(KIA 타이거즈)은 박재홍의 후계자로 불린다.
그리고 '리틀 쿠바'의 후계자 김도영은 쿠바 야구 격파의 선봉장으로 당당하게 섰다.
김도영은 14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 구장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 쿠바와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팀이 2-0으로 앞선 2회말 2사 만루에서 타석에 섰다.
김도영은 흔들리던 쿠바 에이스 리반 모이넬로(소프트뱅크 호크스)의 높은 초구를 잡아당겨 왼쪽 펜스를 넘어가는 만루포를 작렬했다.
딱 하는 경쾌한 타구음이 들린 순간, 쿠바 좌익수가 쫓아가는 걸 포기했을 정도의 타구였다.
김도영의 성인 국가대표 첫 홈런이다.
프로 선수가 주축이 된 야구대표팀을 기준으로 하면,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회와 5회 나란히 만루홈런을 친 박건우(NC 다이노스)와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이후 우리나라 타자가 친 첫 만루홈런이다.
모이넬로는 올 시즌 NPB에서 11승 5패, 평균자책점 1.88을 기록해 퍼시픽리그 평균자책점 부문 1위에 등극한 선수다.
김도영의 KO펀치 한 방에 무너진 모이넬로는 3회 시작과 동시에 유스니엘 파드론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김도영의 활약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5회말 세 번째 타석에서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친 그는 과감하게 2루까지 질주했다.
쿠바 우익수는 다급하게 2루에 송구했으나 이미 김도영이 베이스에 도착한 뒤였다.
비록 후속타 불발로 득점은 못 했어도, 장타력에 빠른 발까지 보여줬다.
김도영은 7회말에는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파벨 에르난데스 브루세의 초구를 잡아당겨 또 왼쪽 담을 훌쩍 넘겼다.
이날 경기 두 번째 홈런이다.
앞서 7회초 쿠바에 1점을 내줬던 한국은 김도영의 이날 경기 두 번째 홈런으로 다시 8-1로 점수를 벌렸다.
3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한 김도영의 이날 최종 성적은 4타수 3안타(2홈런) 5타점 2득점이다.
수비에서도 김도영의 활약은 이어졌다.
2회에는 야디르 드레이크의 좌익선상으로 향하는 총알 같은 타구를 점프해 잡아냈고, 5회 무사 1, 2루에서는 헤안 왈테르스의 3루수 강습 타구를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글러브에 가뒀다.
김도영의 수비에 톈무 구장 기자실은 일본, 대만 등 해외 기자들의 탄성으로 가득 찼다.
김도영의 맹활약 속에 한국은 쿠바에 8-4로 승리했다.
이날 톈무 구장에는 소프트뱅크 에이스 모이넬로의 투구를 지켜보기 위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10여개 구단 스카우트가 찾았다.
이들은 모이넬로를 보러 왔다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김도영의 놀라운 플레이만 잔뜩 눈에 담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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