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세종시장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2026 세종국제정원박람회’ 정부 예산 77억원이 국회 상임위에서 전액 삭감됐다. 국비 지원 제동으로 세종시의 세종시의회 설득 명분도 떨어지면서 정원박람회 개최 추진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15일 세종시에 따르면 전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세종 정원도시박람회 국비 76억80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농해수위는 시급한 민생예산 우선과 박람회 준비 부족 등을 삭감 이유로 들었다. 예산안을 부결해 지방비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전액 잘랐다. 지난 12일 열린 소위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전액 삭감을 주장한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원안유지를 요구하다 결국 전액삭감 의견으로 전체회의에 상정시켰고 결국 원안대로 의결됐다. 농해수위 예결소위는 민주당 의원 5명과 국민의힘 의원 4명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됐다.
앞서 세종시의회는 긴축재정 기조와 박람회 개최 타당성·효과성 결여, 부실 개최 우려 등을 들며 박람회 조직위 출범, 실시설계비 등 박람회 관련 내년도 시비 14억원을 모두 잘랐다. 세종시의회는 민주당이 다수당이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세종시의회가 박람회 시비를 전액 삭감하자 지난달 단식농성을 벌이며 맞섰으나 예산은 살아나지 못했다. 최 시장은 애초 2026년 4∼5월 개최에서 같은해 하반기로 시기를 조정해 재추진 중이다. 그러나 국회에서조차 박람회 예산을 모두 없애면서 세종시가 박람회 개최에 드라이브를 걸 명분이 사라졌다는 시선이 나온다.
세종시 관계자는 “내달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하는 만큼 남은 시간동안 국비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민호 세종시장이 민주당 소속 세종시의원들을 뒷담화하는 내용의 서신을 국회에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최민호 시장이 농해수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만 보내려했던 서신은 직원 실수로 민주당 의원에게도 전달됐다. 서신을 받은 민주당 이병진 의원은 전날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이를 공개했다.
최 시장이 직접 쓴 친서엔 “농해수위 심의 과정에서 최대한 쟁점화해 국민들과 시민들에게 민주당의 오만하고 부당한 횡포를 알려야 한다”며 “시장이 단식으로 호소하고 국민의힘 시의원 7명이 삭발투쟁까지 했으나 저들은 지방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정치적 판단하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배달사고가 난 것을 알게된 세종시는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다.
이승원 경제부시장은 이와 관련 이날 세종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장이 지난 1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서신을 보낸다는 것이 직원의 실수로 민주당 의원 일부에게 잘못 전달됐고, 거의 회수했지만 하나는 그대로 전달됐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 부시장은 “시장님께서 농해수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문자를 보내 사과드렸다”며 “예산을 지키고자 하는 위기감에 국회의원들에게 호소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해프닝”이라고 설명했다.
최 시장 역시 정원도시박람회 국비 확보를 위해 도움을 청하려는 의도였다고 설명했으나 서신에 담긴 부적절한 표현에 지역사회와 정치권은 싸늘한 반응이다.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정원박람회 예산을 두고 세종시의회와 마찰이 일자 단식농성에 나서며 해당 사안을 정쟁화시키더니 이젠 민주당 의원들 뒷담화에 이어 쟁점화를 시키라는 등 긁어부스럼을 스스로 만들고 있다”며 “최 시장은 말로만 협치를 외치고 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