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문제가 유출됐다는 논란과 관련해 시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수험생들의 가처분 신청이 15일 법원에서 인용됐다. 이에 따라 다음달 13일로 예정됐던 논술시험 합격자 발표는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중단될 전망이다.
서울서부지법 민사21부(재판장 전보성)는 이날 “2025학년도 연세대학교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에 따른 후속 절차의 진행을 논술시험 재이행 청구 사건의 판결 선고 시까지 중지한다”고 결정했다. 수험생들이 논술시험을 다시 치르게 해달라며 낸 별도 소송의 결론이 날 때까지 합격자 발표 등 남은 절차를 중단하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논술시험의 공정성이 중대하게 훼손돼 절차의 공정한 진행에 대한 수험생들의 정당한 신뢰나 기대권이 침해됐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풀이에 투입하는 시간에 비례해 정답을 맞힐 가능성이 높은 수학 문제 특성을 고려할 때, 일부 응시자들만 미리 문제지를 접하는 등 시험 문제에 관한 사전 정보를 가진 상태에서 시험을 치렀다면 공정성은 담보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12일 자연계열 논술시험이 치러진 72고사장에서 감독위원의 착오로 문제지가 시험 1시간여 전에 배부됐다가 회수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문제 일부가 유출됐다는 등 의혹이 제기되자, 수험생 18명은 지난달 21일 연세대를 상대로 논술 시험을 무효로 하고 재시험을 진행해야 한다는 취지의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가처분에 참여한 인원은 법정대리인을 포함하면 34명, 진술서나 관련 증거 제출 등 간접적으로 참여한 이들을 포함하면 50여명이다.
법원은 또 “(72고사장) 감독위원들이 문제지를 회수한 이후 문제 관련 정보의 외부 유출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한 적정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 사건 감독위원들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연세대에 있는 만큼, 학교측 과시렝 의해 부정행위가 쉽게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된 원인이 부정행위를 한 일부 수험생에게만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연세대는 시험의 효력이 중지되면 정상적으로 시험을 본 다른 수험생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히려 “이 사건의 공정성 문제가 불거진 시점으로부터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지난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스스로 시간 부족을 초래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수험생 측이 청구한 ‘재시험 이행’ 부분에 대해서는 인용하지 않고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재시험 외에 다른 방안이 가능하다면 대학의 자율성 측면에서 재량을 존중할 필요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을 대리한 김정선 일원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연세대가 공정성 침해를 인정하고 본안사건 판단 전에 재시험을 치르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법원이 재시험 청구 재판을 신속히 진행해 더 이상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만444명이 지원한 해당 전형의 후속 절차가 중단됨에 따라 수시모집 대학별고사와 정시 지원 전략을 수립하는 수험생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이에 교육 당국은 연세대가 자체적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연세대 측 법률대리인은 앞서 지난달 29일 열린 열린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 첫 재판에서 “재시험 실시 여부는 사립 교육기관인 연세대가 광범위한 재량에 의해서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며 “만약 재시험을 결정하더라도 성실하게 규정을 지켜 실력대로 시험에 임해 합격 점수를 얻은 수험생들이 재시험 실시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그것이 인용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된다”고 항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