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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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을 거부한다’ vs ‘이재명을 감옥으로’… 둘로 갈라진 광화문광장

부슬비가 내리는 16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손팻말을 든 사람들이 곳곳에 모였다. ‘윤건희(윤석열+김건희)를 몰아내자’, ‘윤건희를 특검하라’는 구호가 담긴 푸른 손팻말을 든 시민들은 삼삼오오 광화문 광장 북측으로 향했다.

1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윤석열 정권을 규탄하는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행동의 날 및 시민사회 연대 집회'(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을 촉구하는 '이재명 구속 촉구 광화문국민혁명대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검은 바탕에 붉은 글씨로 ‘이재명을 감옥으로’, ‘이재명을 구속하자’라고 쓰인 손팻말을 든 시민들은 광장 남측으로 걸음을 옮겼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법원의 1심 선고가 나오고 이튿날 광화문 광장은 둘로 쪼개졌다.

 

민주당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과 함께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열었다. 이 대표는 전날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5일에는 위증교사 사건에 대한 1심 선고가 나온다. 검찰은 앞서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야당 측 집회 참가자들은 광화문 북쪽 광장 일대를 가득 메웠다. 이들은 “이재명은 무죄다”, “윤건희는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법원 판단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검찰과 법원이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는 관대하고 야당 대표의 의혹에는 엄격하다고 주장했다. 김모(52)씨는 “매번 고민하다가 어제 선고를 보고 처음 나왔다”며 “사법부가 사람에 따라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아서 부당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주최 측이 신고한 집회 인원은 2만6000명이다.

 

이 대표는 이날 우비를 입고 연단에 올라 “이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 아닌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이 나라의 주인은 윤석열, 김건희, 명태균 등으로 바뀐 것 아니냐 이런 생각이 든다”며 “우리가 주인이라는 것을 그들에게 똑똑히 보여주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 민주주의도 죽지 않는다”며 “이 나라의 미래도 죽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분이 확실하게 보여달라”고 소리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6일 서울 광화문광장 앞 도로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행동의 날 및 시민사회 연대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집회 장소와 불과 600m 떨어진 동화면세점 앞 도로에선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가 ‘이재명 구속 촉구 광화문국민혁명대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동화면세점에서 서울도시건축전시관까지 약 350m 편도 전차로를 가득 메웠다. 이들은 이 대표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사를 호명하며 만세를 불렀고, “우리가 이겼다”고 고성을 질렀다. 한 참가자는 “이렇게 목소리를 내야 사법부가 앞으로도 제대로 된 판결을 낼 것”이라고 했다. 주최 측은 1만5000명을 집회 인원으로 신고했다.

 

이날 광화문 광장에서 경쟁하듯 열린 대규모 집회 소음에 시민들은 불편을 겪었다. 평소보다 집회 소음이 컸다는 의견도 곳곳에서 나왔다. 광장 주변에는 두손으로 귀를 막고 지나가는 시민들이 자주 보였다. 여자친구와 함께 나들이를 나온 김모(24)씨도 “집회는 여러 번 봤지만 이 정도 소음은 처음”이라며 “귀가 찢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아들과 함께 덕수궁을 찾은 A씨는 “외국인들이랑 아이들 보기 부끄럽다”며 “겉보기엔 종교행사로 보이는데, 하는 행동이나, 말하는 내용은 종교와 상관이 없어서 오해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16일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 행동의 날'이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경찰병력들이 도로 및 인원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후 6시까진 양측 집회 모두 불법행위 등으로 체포된 사람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 지지자들이 서로 지나치며 시비가 붙는 경우는 종종 나왔지만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진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시위대가 부딪히지 않게 이동식 펜스를 배치하고 동선을 통제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