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중형을 선고 받으며 위기에 직면했다.
‘이재명호’가 끝까지 단일대오를 유지하며 격랑을 헤쳐나갈지, 민주당 내에서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흐름이 만들어질지 정국 향방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 대표가 지난 총선에서 확고한 ‘친명(친이재명) 체제’를 구축한 만큼, 현재로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을 포함한 대여 투쟁에 강도를 높이며 버틸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李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
이 대표 측은 김건희 여사 문제를 고리로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연이어 개최하며 지지층을 결집해왔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직후인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당 주최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제3차 집회에 참석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재명, 펄펄하게 살아서 인사드린다”며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 민주주의도 죽지 않는다. 이 나라의 미래도 죽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야권의 아픔으로 남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론했다. “노 전 대통령이 열어준 길을 내가 따라왔다”며 “부정부패를 없애고 불의한 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달려왔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에 자신을 빗대며 ‘검찰 희생양’ 프레임을 강화하려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 15일 선고 이후 “정치 판결”, “윤석열정권의 정적 말살 시도”라며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野, 재판지연 + 尹탄핵, 조기대선 시도할 것”
향후 정국은 ‘사생결단’ 대결로 치달을 전망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재명 체제’를 유지시켜주는 가장 큰 힘이 이 대표의 차기 대선 출마인데 그게 막히는 순간 현 체제는 무너진다”며 “사법부를 향한 겁박을 포함해 최대한 재판을 끌면서 윤 대통령 탄핵이나 임기 단축을 통한 조기 대선을 치르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서 “아마도 이 대표 자신이 살아남는 길은 윤 대통령을 하루 빨리 탄핵시켜 이 대표에 대한 최종심 재판이 끝나기 전에 자신이 대통령으로 등극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헛꿈 깨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이 6개월, 2∙3심은 각각 3개월 안에 끝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1심만 해도 이 대표가 기소된 지 2년 2개월 뒤에서야 나왔다. 다음 대선은 2027년 3월로 2년 4개월 가량 남았지만, 재판 선고를 지연시키고 조기 대선을 치를 경우 대법원 판결 전에 선거판을 여는 게 아예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관련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의 녹취를 거의 매일 공개하며 총공세를 펴고 있다.
다만 이번에 중형이 선고된 공직선거법 사건과 25일 1심 선고가 나오는 위증교사 사건뿐 아니라 대장동 사건, 쌍방울의 불법 대북송금 사건 등의 재판과 선고가 줄줄이 예고돼 있는 점은 간단치 않은 지점이다.
야권 관계자는 “당원들의 결집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국민의 민심”이라며 “앞으로 누가 더 무리수를 두느냐에 따라 민심의 추가 기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