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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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 병원 천동일 교수 “당뇨 환자 관리 소홀하단 ‘당뇨발 절단’ 위험”

당뇨병 환자 10명 중 1명꼴 발병
혈액순환 장애로 신체 끝부터 손상
겉으로 보이는 부분 ‘빙산의 일각’
주기적 검사 통한 초기 발견 중요
얼굴보다 더 잘 씻고 로션 꼭 발라야

“‘당뇨발(당뇨병성 족부궤양)’이라고 하면 발이 썩는 ‘궤양’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당뇨발은 감각이상이나 발이 차거나, 가렵거나, 아픈 것도 다 포함합니다. 이를 가볍게 여기고 당뇨 관리를 하지 않고, 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나중에는 ‘발 절단’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당뇨발’은 당뇨 노출 기관과 당뇨 조절 여부에 영향을 받습니다. 최근에는 수명 연장과 함께 당뇨에 노출되는 기간도 늘어난 만큼 당뇨 진단 후 짧게는 5년, 적어도 7∼8년 이후부터는 하지 혈관이나 족부 진찰을 꼭 받아봐야 합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족부·당뇨발센터 천동일 교수(정형외과)는 12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뇨발 절단이 삶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 큰 만큼 당뇨 조절을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된다. 당뇨병 진단 후 5년이 지나면 겉으로 이상이 없어 보여도 꼭 당뇨발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며 “당뇨 환자는 매일 발에 로션을 발라주며 얼굴보다 발을 더 열심히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제공

순천향대 서울병원 족부·당뇨발센터 천동일 교수(정형외과)는 12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관리 안 된 당뇨병’의 최종 종착지인 당뇨발 절단의 위험성에 대해 강하게 경고했다.

당뇨병은 △공복 혈당 126㎎/㎗ 이상 △식후 혈당 200㎎/㎗ 이상 △당화혈색소(2∼3개월 혈당평균) 6.5% 이상인 경우다. 대한당뇨병학회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 중 당뇨병 유병률은 15.5%(2021∼2022년 기준)이다. 환자 수로는 533만명, 당뇨병 직전의 ‘당뇨 전단계’까지 합치면 14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중 당화혈색소 6.5% 미만으로 당뇨병을 적절히 조절하는 사람은 32.4%에 불과했다. 3명 중 2명이 당뇨조절이 안 되는 셈이다.

“당뇨병은 전신질환으로 신경병증과 혈액순환 장애를 유발합니다. 보호 감각이 소실되고, 산소 및 영양 공급이 차단돼 가장 취약한 몸의 ‘끝’부터 손상이 오게 됩니다. 심장에서 멀고, 작은 혈관부터 깨져서 합병증이 생기다 보니 눈, 콩팥, 발 등에서 합병증이 생기죠. 당뇨병 망막병증, 신장합병증, 족부합병증이 그래서 생기는 거죠. 손도 발처럼 멀리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손은 심장에서 생각보다 가까워 혈액순환이 잘되는 곳입니다. 단적으로 손이 찔리면 피가 많이 나는 것도 순환이 잘돼서 그런 겁니다.”

당뇨병 환자에서 당뇨발은 10명 중 1명꼴로 나타난다. 당뇨병 환자의 평생 발병 위험은 15~25%로 알려져 있다.

“유전적으로 취약한 경우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당뇨 노출 기간과 조절 여부입니다. 당뇨가 10년 이상 지나면 대부분 발 문제는 발생하게 됩니다.”

천 교수가 당뇨병 투병 기간이 5년 이상 되면 주기적으로 발 검사를 받으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발 모양, 혈관 문제, 생활습관 문제 등 확인해 ‘당뇨발’을 초기에 잡으면 절단이라는 최악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부분에 압력이 높게 가도록 생긴 발들이 있습니다. 발 모양 변형이 있으면 걸을 때마다 그곳에 압력이 가해지고, 상처가 생길 가능성이 더 커지죠. 이런 경우 더 큰 신발을 신거나 더 두꺼운 양말을 신는 방식으로 예방할 수 있습니다. 또 혈액순환이 잘 안 되면 건조해지는데, 이 경우 수분 보습을 해주면서 마찰을 줄이도록 하죠. 로션을 바르다 보면 자신의 발을 더 자세히 보게 되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르게 발견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당뇨발을 초기에 발견하면 막힌 혈관을 뚫어주거나 혈액순환을 돕는 약으로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당뇨로 인해 궤양, 괴사가 일어났을 때 마지막 선택이 ‘절단’이다. 절단까지 가는 경우는 대부분 당뇨 관리가 안 되는 사람들이다. 다만 열심히 관리하고도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없지 않다. 어떤 환자는 발톱을 깎다가 생긴 상처가 치료가 안 돼 상처 부위가 커지면서 결국 절단까지 가기도 한다.

천 교수는 다만 “15년 이상 진료를 하면서 당뇨조절을 잘하고도 당뇨발 절단까지 간 경우는 한 명밖에 없었다“며 “아예 없지는 않지만 결국 당뇨 관리를 열심히 하면 당뇨발 절단까지 가는 경우는 극히 낮다”고 설명했다.

당뇨발 절단을 하게 되면 거의 대부분의 환자가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게 된다. 특히 무릎 인근 이상의 ‘대절단’을 하게 되면 누워서 몸을 뒤집기조차 쉽지 않게 되기 때문에 활동성이 떨어지면서 5년 내 사망으로 이어진다.

“표면적으로는 작게 보이니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이는 부위는 ‘빙산의 일각’입니다. 절단이 필요한 경우는 하체의 혈관이 다 막혀서입니다. 순식간에 그 혈관이 다 뚫리지는 않으니 발가락 하나만 썩어도 절단 부위는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의사들은 이를 감안해 절단 부위를 제안하지만 대부분 환자는 눈에 보이는 부위만 절단하길 바랍니다. 환자가 원하는 대로 수술을 하더라도, 결국은 상처 봉합이 안 돼 1∼2주 이후 의사가 처음 말한 재수술로 가게 됩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과거에 비해 달라진 것은 ‘대절단’의 비율이 발가락, 발등, 발목 등 ‘소절단’에 비해 많이 줄었다는 점이다. 절단 기술이 발달해서라기보다는 환자들의 경각심이 예전보다 높아지면서 사전에 관리를 받으며 혈액순환을 돕거나 드레싱 등을 통해 최악으로 넘어가는 것을 최대한 지연시킨 덕이다.

천 교수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임을 수차례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혈당 관리를 잘하는 거겠죠. 이를 위해서 금연과 금주는 당연한 얘기고요. 당뇨 환자는 얼굴보다 발을 더 잘 씻고, 로션을 더 잘 바르라고 합니다. 로션을 바르는 게 보습에도 도움이 되지만, 로션을 바르는 행동을 통해 발의 감각이나 상처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죠. 당뇨 환자에게 발은 얼굴보다 소중한 곳임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