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시대를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보호주의에 맞서 중국행 급행열차 탑승하라”며 국제사회에서 존재감 키우기에 나섰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확산에 대비해 다자주의를 강조하며 국제사회에서 ‘내 편 만들기’에 나서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7일 중국 외교부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16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페루 리마에서 1시간40분 동안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막 대선을 치렀다”고 전제한 후 “디커플링과 공급망 교란은 해결책이 아니고, ‘마당은 좁게 담장은 높게’(중국 등으로의 첨단 기술 유입을 차단하는 미국 정책)는 강대국이 추구해야 할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내년 1월부터 다시 상대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중국은 미국 정부와 계속해서 대화 유지·협력 확장·이견 관리를 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어느 한쪽이 자기 뜻에 따라 상대방을 바꿀 수 없고 이른바 ‘힘의 지위’에서 출발해 상대방을 압제해서도 안 되며, 자국의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상대방의 발전 권리를 박탈해서는 더욱 안 된다”고 트럼프 당선인이 들고 나올 보호무역주의 기류를 경계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정책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으며 “중국이 미국과 미국 파트너 국가의 국가 안보를 훼손하는 데 미국의 첨단기술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대면 정상회담은 이번이 세 번째이며,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교에서 열린 이후 약 1년 만에 다시 열렸다.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1월20일 퇴임하기 때문에 이번 회담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마지막 정상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전날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의 첫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공통 이익을 확대하는 ‘전략적 호혜 관계’ 추진을 재확인했다.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중국은 일본과 함께 새 시대 요구에 맞는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에이펙 정상회의 연설에서도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전후해 부상할 보호무역주의 기류를 경계했다.
에이펙 마지막 날 세션에서 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협력을 위한 노력은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 부상 같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자유무역 촉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이 보도했다.
시 주석은 “무역, 투자, 기술, 서비스의 흐름을 가로막는 높은 장벽을 허물고 안정적이고 원활한 산업 공급망을 유지해야 한다”며 에이펙 회원국 간 보편적으로 유익하고 포용적인 비전을 유지하자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모든 당사국이 발전하는 중국의 급행열차에 계속 탑승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넘어 전 세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특정 국가 또는 정치 지도자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을 겨냥한 것이다.
시 주석은 앞서 전날에도 에이펙 최고경영자(CEO) 서밋 서면 연설을 통해 “일방주의와 보호주의를 배격해야 한다”, “온갖 구실로 상호 의존성을 깨려는 시도는 역행에 불과하다”는 등의 언급을 통해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트럼프 당선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시 주석은 “우리는 경제 세계화 발전을 올바르게 이끌어야 하며, 몇몇 국가가 패권을 행사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며 “경제 세계화를 추진해 더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더 역동적이고 포용적이며 지속가능한 새로운 단계에 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