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음식을 가장 맛있고, 가장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PB(자체브랜드) 상품들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유럽, 동남아 등을 가리지 않고 10개국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현지 공장은 물론 독일, 태국, 네덜란드, 아랍에미리트 등 각종 해외 박람회를 섭렵했어요. 특히 지난해 방문한 말레이시아는 ‘좋은 가격, 좋은 상품이 나오기 전에는 돌아오지 말라’는 특명을 받고 떠난 출장이었습니다.”
최근 최경진 이마트 노브랜드 과자 바이어는 지난달 출시한 ‘노브랜드 감자칩 마라맛’을 기획한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해외에서 개발되는 매운맛 스낵이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맵지 않아 애를 먹었다. 이 때문에 제조사는 바비큐, 김, 와사비 등 대중적인 맛을 제안했지만 그는 1년 이상 제조법을 바꿔가며 신상품을 만들어냈다. 한국인 입맛에 맞는 마라맛을 구현해낸 이 상품은 출시 한 달 만에 5만여개의 판매고를 올리는 등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업체가 더 싸고 질 좋은 상품을 찾아 전 세계를 무대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소비자들이 국외여행 경험이 누적되면서 현지 먹거리 수요가 높아진 영향이다. 벤더(중간판매업체)에 의존하던 경향을 탈피해 각 사의 상품개발자(MD)와 바이어들은 국외 생산업체들과 직접 계약을 맺고 저렴하게 제품을 들여오는 ‘직소싱’에 힘을 주며 전 세계를 도는 강행군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글로벌 소싱을 주요 상품 추진 전략으로 삼은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1년 만인 지난달 글로벌 직소싱 상품 판매량 1000만개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전담팀을 구성하면서 글로벌 세븐일레븐과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엔저 현상에 따라 일본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일본 세븐일레븐 자체브랜드(PB) 상품이나 단독 차별화 상품들이 매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가성비’를 앞세웠던 유통업체들의 PB도 직소싱 노하우를 총동원한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에 주력하는 전략으로 변화하고 있다. 노브랜드는 최근엔 세계 미식 상품 개발에 초점을 맞추며 해외 직소싱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생산만으로는 물량, 설비, 재료 등 한계가 있어 현지 직소싱을 통해 가격을 낮췄다. 노브랜드 일본 라멘이 대표적이다. 2019년 7월 출시한 ‘오리지널 돈코츠라멘’은 100년 역사의 현지 제조사의 정통 레시피와 2인분 2000원대라는 가성비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2년 동안 개발 과정을 거친 ‘에비미소라멘’과 ‘탄탄마제소바’도 17일 시장에 내놓으며 라인업을 더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