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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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이어 숄츠도 “당 승리 위해 퇴진해야” 압박 직면

獨 연정 붕괴로 2025년 2월에 조기 총선거
여당 SPD 의원 일부 “숄츠로는 못 이긴다”
피스토리우스 장관, 새 총리 후보 ‘급부상’

의원내각제 국가인 독일에서 연립정부 붕괴로 조기 총선거가 실시될 예정인 가운데 여당인 사회민주당(SPD) 내부에서 올라프 숄츠(66) 현 총리의 2선 후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인기 없는 숄츠를 다시 총리 후보로 내세우면 SPD는 승산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대선 후보에서 물러나라’는 요구를 받은 것과 비슷하다.

 

바이든은 결국 연임 도전을 포기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넘겼으나, 이달 초 실시된 선거에선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겨 정권교체가 임박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사진은 지난 6월 집권 여당인 SPD 지도부 회동에 참석하기 위해 당사에 도착한 숄츠가 다소 곤혹스러워 보이는 표정을 짓는 모습. AP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SPD 소속으로 연방의회 하원에서 활동 중인 조 바인가르텐 의원과 요하네스 알트 의원은 이날 독일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인물이 SPD를 대표하는 총리 후보로 출마할 수 있도록 숄츠가 길을 터줘야 한다”고 밝혔다. 두 의원이 말한 ‘새로운 인물’은 다름아닌 보리스 피스토리우스(64) 국방부 장관이다. 숄츠로는 SPD의 선거 승리가 어려우니 피스토리우스로 말을 갈아타야 한다는 뜻이다. SPD 내부에서 현직 의원이 ‘숄츠 대신 피스토리우스를 총리 후보로 옹립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편 것은 두 의원이 처음이다.

 

바인가르텐은 “SPD가 피스토리우스를 총리 후보로 내세워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분명한 의견”이라고 말했다. 알트도 “피스토리우스는 SPD의 훌륭한 총리 후보가 될 것”이라며 “피스토리우스야말로 우리 당의 선거운동을 이끌 적임자”라고 맞장구를 쳤다. ‘왜 여러 정치인 중 하필 피스토리우스인가’라는 질문에 알트는 “현 숄츠 내각에서 피스토리우스는 가장 어려운 장관직을 맡고 있다”며 “사람들에게 정치적 쟁점을 단순하고 명확한 용어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라고 설명했다.

 

피스토리우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약 1년이 지난 2023년 1월 국방장관에 취임했다. 유럽 안보가 위기에 처했음을 경고하며 의회를 상대로 국방 예산의 대폭 증액을 요구해 관철했다. 독일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회원국들에게 권고해 온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의 방위비 지출’ 기준을 이미 충족시킨 상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부 장관. 방송 화면 캡처

각종 여론조사에서 피스토리우스는 숄츠보다 훨씬 더 높은 인기를 누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총리로서 숄츠의 지지율은 지난 몇 주일 동안 계속 20% 아래에 머물렀다. 정당 지지도의 경우 SPD는 제1야당인 기민당(CDU)/기사당(CSU)에 비해 16∼18%P 정도 뒤처져 있다. 이대로 총선에 임하는 경우 SPD의 참패와 정권교체가 불 보듯 뻔해 보인다.

 

숄츠는 지난 7월 총리 연임 도전을 공식화했다. 당시만 해도 2025년 9월로 예정돼 있던 차기 총선까지 1년 넘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독일은 최근 연립정부 붕괴라는 돌발 변수와 맞닥뜨렸다. 연립정부를 구성해 온 SPD, 녹색당, 자유민주당(FDP) 3개 정당 가운데 FDP가 연정 탈퇴를 선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숄츠는 하원 원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소수파 정부를 운영하는 중이다. 결국 총선을 원래 일정보다 7개월가량 앞당겨 2025년 2월 실시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다만 숄츠는 SPD의 총리 후보 자격으로 총선을 치른다는 생각이 확고해 보인다. 피스토리우스 역시 숄츠를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에 정부 운영을 맡은 진정 뛰어난 총리”라고 부르며 충성심을 내비쳤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