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건설의 대전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최근 20대 노동자가 흙더미에 깔려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노동계가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대전세종지역본부(건설노조)는 18일 오전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4일 대전 서구 도마동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또다시 청년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대전시와 노동청의 안전점검은 형식적이었다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고 비판했다.
건설노조와 경찰 등에 따르면 대전 서구 도마동 한화건설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신호수 업무를 하던 이모(25)씨가 흙더미에 매몰돼 숨졌다. 이씨는 이날 오전 8시38분쯤부터 현장 작업 관계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으나 신고는 2시간여가 지난 오전 10시56분쯤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오후 1시15분쯤 이씨를 토사 속에서 구조했으나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건설노조는 “2022년 12월부터 공사를 시작한 이곳에선 며칠 전에도 손가락 절단 사고가 나는 등 산재사고가 빈번했다”며 “이번에 사망한 노동자는 굴삭기 신호수로 15m 구덩이 밑에서 발견되는 이해할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사 현장에서 신호수는 4시간 기초안전교육만 받고 현장에 투입돼 사고 위험이 크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없다”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어 “현장에서는 사망 노동자와 무전 수신이 안 된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로 약 2시간 30분 뒤에 구조 신고를 하면서 구조 시간을 지연시켰다”며 “더욱 참혹한 것은 시신이 발견된 이후에도 현장에서는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중단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진보당 대전시당에 따르면 올해 1∼6월까지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399명이다. 업종별로는 건설업 종사자가 166명(41.6%)으로 사망자가 가장 많았다.
김선재 진보당 대전시당 부위원장은 이날 연대 발언에서 “도대체 언제까지 현장 노동자의 죽음의 릴레이를 지켜만봐야 하냐”며 “비용 절감에만 혈안이 돼 노동자를 사지로 내모는 사용자는 반드시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한다. 국가는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노조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년 10개월이 지났으나 건설사 사업주 처벌은 4건에 그치는 등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고 있다”며 “철저하게 조사해 원인을 규명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을 온전히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