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남중·남고, 여중·여고 등 단성 중·고등학교가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내년에는 단성학교 30곳 이상이 남녀공학으로 바뀔 예정이어서 공학 비율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18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실에 따르면 단성 중학교와 고등학교 32곳이 내년에 남녀공학으로 바뀐다. 2020년 6곳에서 2021년 12곳, 2022년 23곳, 2023년 22곳이 공학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남녀공학 학교 비율은 증가세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 분석 자료집’을 보면 지난해 전국 고등학교 2379곳의 65.8%(1565곳)가 남녀공학이었다. 10년 전인 2013년 63.6%보다 2.2%포인트 늘었다. 남녀공학 중학교 비율은 79.7%다. 2022년(79.3%)과 2013년(75.8%)보다 각각 0.6%포인트, 3.9%포인트 높아졌다. 1999년 남녀공학 중·고등학교 비율은 60.2%, 40.1%였는데 20여년 만에 크게 늘었다.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학교들이 학생을 확보하기 위해 공학 전환을 추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 광진구 동국대 사범대 부속 여자중학교도 내년 남녀공학으로 전환한다. 1930년 개교하고 94년 만에 공학으로 바뀐다. 신입생이 줄면서 전교생이 10년 전 870명에서 올해 410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게 가장 큰 이유다. 단성학교가 있으면 주변 남녀공학 학교들의 성비 불균형이 커진다는 점도 문제로 작용했다. 단성학교 비율이 높은 지역의 남녀공학 전환은 학생 통학 여건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공학 전환을 신청한 학교 대부분은 여자중·고등학교다. 남학교는 내신 경쟁에서 불리하다는 이유로 학부모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고, 역사가 오래된 학교도 많아 졸업생 등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한다.
학령인구 감소세가 가팔라지면서 공학 전환 학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학령인구(6~21세)는 714만명에서 2040년 412만명, 2060년 377만명으로 줄어든다. 최근 인천과 광주, 전북 등의 일부 고등학교에서도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하고 있고, 제주에서는 지역 내 중학교 공학 전환을 위한 설문조사가 시행됐다.
각 시·도 교육청은 학령인구 감소 대응 정책으로 공학 추진 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공학으로 전환하는 단성 학교에 3년간 6억원의 학교 운영비를 지원한다. 학생 상담 인력 등을 채용할 인건비와 시설 개선비도 추가로 지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