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18일 허민회(사진) CJ CGV 대표를 지주사인 CJ 경영지원 대표로 선임하는 내용 등을 담은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그룹 내 ‘재무통’으로 꼽히는 허 대표를 지주사로 복귀 시켜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CJ는 지주사의 2인 대표체제를 유지한다. 허민회 대표가 지주사 경영지원대표를 맡아 그룹 전반의 대외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경영대표와 경영지원대표를 겸직했던 김홍기 대표는 경영대표직을 맡는다.
지난해 말까지 CJ는 김홍기·강호성 대표체제였으나 강 대표가 사임하면서 김 대표 혼자 회사를 이끌어왔다.
정통 ‘CJ맨’ 출신인 허 대표는 그룹과 계열사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허 대표는 2013년 7월 그룹이 ‘총수 부재’ 등으로 위기에 처하자 CJ 경영총괄 부사장을 맡아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2020년부턴 CJ CGV 대표이사직을 맡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속 극장 사업 구조 혁신과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
앞으로 허 대표는 지주사에서 부진한 핵심 계열사들에 대해 실적 개선 모멘텀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현재 그룹의 주력 계열사 CJ제일제당이 내수 부진으로 실적이 좋지 않은 데다 CJ ENM도 실적이 시장 전망에 못 미치는 등 경영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허 대표 선임으로 공석이 된 CJ CGV 신임 대표이사에는 정종민 CJ CGV 터키법인장이 내정됐다. 또 그동안 CJ ENM 엔터테인먼트부문과 커먼스 대표를 겸임했던 윤상현 대표를 CJ ENM 대표이사와 엔터테인먼트부문 대표를 겸하도록 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그룹 역사상 최초로 1990년대생 CEO도 발탁됐다. CJ CGV 자회사 CJ 4DPLEX신임 대표에 1990년생 방준식 경영리더가 내정됐다. 그는 올해 2월부터 콘텐츠본부장을 맡아 BTS ‘옛 투 컴 인 시네마’, 콜드플레이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 등 스크린X 기술을 적용한 CGV 특화 콘텐츠를 다수 기획해 CJ 4DPLEX 매출 성장에 기여했다.
신임 경영리더에는 21명이 이름을 올렸다. 직급과 연령에 관계없이 우수한 성과를 낸 인재들을 발탁했다. 신임 경영리더의 평균 연령은 44.9세로, 1980년대생이 12명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과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의 승진은 없었다.
CJ 관계자는 “‘안정 속 쇄신’을 기조로 한 인사”라며 “그룹은 최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는 원칙에 따라 능력과 성과 중심의 연중 수시 인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