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차기 행정부 구성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권한을 넘어 행동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일부 트럼프 당선인 주변 참모들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현지시간) 머스크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 정책과 핵심 내각 자리를 두고 공개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모습에 일부 트럼프 당선인 참모들이 짜증을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캠프 관계자들과 접촉한 한 소식통은 WP에 “사람들(참모진들)의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은 선거 기간 동안엔 머스크의 재정적, 정치적 후원에 고마워했으나 머스크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그가 마치 “공동 대통령“인 것처럼 굴고, 주어진 역할을 초과해 활동하는 것에 거북해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재무장관 인선을 고심 중인 가운데 전날 머스크가 엑스(X·옛 트위터)에서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러트닉 CEO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낸 것이 하나의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인사 결정권자는 트럼프 당선인인데 마치 머스크가 트럼프 당선인을 압박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행정부에서 보직을 맡는 인사들은 대통령 당선인이 인사 결정을 발표하기 전에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 머스크는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임명됐음에도 이 같은 관례에 따르지 않은 것이다.
머스크가 외교 문제에도 관여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가 11일 뉴욕에서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 대사를 만나 1시간 넘게 회담한 사실이 NYT에 의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이라바니 대사는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언급하며 머스크가 재무부로부터 제재 면제를 받아 그의 사업 일부를 이란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만남은 머스크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인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전화통화에도 참석했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당선인에게 1억달러(약 1393억원)를 넘게 지원한 머스크는 선거 이후에도 계속 트럼프 당선인의 지근거리에 있어 ‘퍼스트 버디(buddy·친구)’라는 별명이 붙었다. 외국 정상과의 통화뿐 아니라 정권 인수팀 회의에 참석하고, 트럼프 당선인의 마러라고 골프장에 머물며 그의 손주들과 함께 하기도 한다. 머스크가 트럼프 당선인, 러트닉과 함께 전날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UFC 대회를 관람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머스크와 트럼프 당선인은 여전히 가까운 사이지만 그의 특출난 존재감이 그가 ‘워싱턴의 방식’에 익숙하지 않다고 느끼는 인수위 관계자들에겐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신임을 얻은 머스크가 연방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을 맡아 얼마나 연방 정부 혁신에 나설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는 농담을 섞어 ”정부 직원 절반 이상이 해고돼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WSJ에 따르면 이날 미국 연방 정부에서 일하는 일반직 공무원은 올해 3월 기준으로 전체의 70%가량이 미군이나 안보 관련 기관에 속해 있어 군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연방 인사관리처(OPM)의 관련 통계를 보면 일반직 직원이 가장 많은 부처는 퇴역군인을 위한 병·의원 수백곳을 운영하는 미국 보훈부(VA·48만6522명)였다. 이어 국토안보부(22만2539명), 육군(22만1037명), 해군(21만6537명), 공군(16만8505명), 국방부(15만6803명) 등이었다. 이 같은 숫자는 현역 군인이나 예비군이 아닌 민간인 신분의 직원만 센 것이라고 WSJ는 부연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 유세 현장에서 정부 지출에서 낭비를 근절해 2조달러(약 2800조원)를 감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