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의 작품들을 번역한 영국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가 “채식주의자 내용을 ‘극단적이고 기괴하다’고 평가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오늘(18일) 영문 계간지 KLN(Korean Literature Now)의 웹진에 데버라 스미스가 보내온 기고문 원문을 공개했다.
이 인터뷰에서 스미스는 이 글에서 “한강의 노벨상 수상으로 내가 번역가가 된 이유를 더 명확히 알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과거 한 기고문에서 저는 한강의 작품을 읽고 번역하는 과정을 ‘글로 직접 묘사되지 않은 선명한 이미지에 사로잡히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며 “제겐 그의 글을 읽고 번역하는 것은 구분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어(Written language)는 나의 모국어”라면서 “나에게 거의 신성시되는 정확성과 명확성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스미스는 한강의 작품을 향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스미스는 자신이 “‘채식주의자’를 극단적이고 기괴하다고 깎아내렸던 보수적인 시선에 동의하지 않는 많은 여성 중 한 명”이라면서 오히려 주인공 ‘영혜’의 당당함을 부러워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강은 스미스가 채식주의자를 읽은 소감에 대해 “진실해서 좋았다”고 했을 뿐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지는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스미스는 2016년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수상한 후 “채식주의자를 읽고 글의 수준, 글이 불러일으키는 이미지, 분위기에 놀랄 정도로 감명받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스미스는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한강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통해 “광주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잇는 수많은 독자를 접하며 감동했다”며 이 작품의 번역 인세를 이스라엘이 공격을 퍼붓는 가자지구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소년이 온다’에서 광주에 대해 말한 문장을 빌려 “가자 또한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