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18일 예산심사의 ‘최종 관문’으로 불리는 소위원회를 가동하면서 여야가 ‘예산전쟁 2라운드’에 돌입했다. 야당은 검찰 특수활동비 등을 “권력기관의 깜깜이 예산”이라며 대폭 삭감을 추진 중이지만, 여당은 이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방탄용”으로 규정하고 정부안 사수를 다짐하고 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1심 유죄 선고 이후 여야 대치가 격화되면서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2일)을 넘기는 것을 넘어 준예산 편성 가능성까지 흘러나온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2025년 예산안 심사방향 브리핑’을 열고 “이 대표 방탄을 목적으로 한 일방통행식 ‘묻지마 삭감’은 인정될 수 없고 정부안대로 되돌려놓겠다”고 밝혔다. 또 김 정책위의장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자칫 2025년도 예산 법정 통과시한을 앞두고 있는 국회에서 진지하고 신뢰성 있는 예산조정 협의를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예산심의에 앞서 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 대폭 삭감을 예고한 바 있다. 김윤덕 사무총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을 비롯한 여러 권력기관의 검증되지 않은 예산, 깜깜이 예산에 대해 분명하고 단호히 삭감하겠다”라면서도 “쪽지 예산에 타협하지 않겠다. 깜깜이 예산은 삭감하고 민생과 국가경제 예산에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실제 민주당은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야당 단독으로 검찰 특활비와 특경비를 전액 삭감했고, 19일 운영위원회에서는 대통령실·경호처 예산과 특활비 삭감을 벼르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김 정책위의장은 “무도한 보복성 예산 삭감이 대한민국을 무법천지로 몰아넣겠다는 고도의 전략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여야는 ‘지역사랑상품권’과 ‘마음예산 건강사업’ 등을 각각 ‘이재명 예산’과 ‘김건희 예산’으로 규정하고 맞서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은 식용 종식 관련 육견업계 지원금, 용산 어린이공원 예산 등을 민주당이 “정치적 예산으로 호도”하면서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결위는 25일까지 소위 심사를 마치고 29일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제 예산안 처리는 또다시 법정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국회가 정부 회계연도 개시일인 내년 1월1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하지 않아 전년도에 준해 예산을 집행하는 준예산 사태까지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법정시한 안 통과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민주당이 예산안 자동부의 조항을 삭제하려는 국회법 개정을 일방 강행 처리하면 대통령의 재의를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부별 심사와 종합정책질의를 마친 예결위는 이날부터 예산안 조정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사업별 예산의 감액·증액 결정 논의에 들어갔다. 이날 심사 대상 상임위는 국토교통부·새만금개발청 등이 속한 국토위와 농림부·해양수산부 등이 속한 농해수위였다.
민주당 소속 예산소위원들은 첫날부터 송곳 심사에 나섰다. 민주당 정일영 의원은 “국민이 관심이 많다”며 본격적인 예산 심의에 앞서 전 부처와 기관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의 액수와 용처, 급여성 여부를 정리해 줄 것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했다.
국토위 예산 심의에서는 용산 어린이정원 유해성 저감 사업과 관련해 “무계획적으로 서두른다는 생각이 든다”며 “내년 예산안에 국토교통부 포함 전 부처에 용산 관련 예산이 얼마인가. 계속 중복되고 논란이 되는데 언제까지 얼마가 필요하다는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허영 의원도 교통 및 물류 벤처·창업 지원 사업인 국토교통혁신펀드 실집행률이 저조하다며 다른 정부 모태펀드 실집행률 점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