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A씨는 올해도 ‘내집’ 마련을 포기했다. 직장이 있는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 아파트 물색에 나섰는데, 이른바 ‘영끌’을 하더라도 이자 내기가 부담스러워서다.
장기화한 고금리와 내수 부진에 청년층이 ‘자산’과 ‘소득’을 늘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먼저 A씨처럼 집을 살 엄두를 내지 못하면서 지난해 20·30대 주택 소유자는 전년보다 8만명 넘게 줄었다. 50·60대에서 25만명 넘게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023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작년 11월1일 기준 주택 소유자는 1561만8000명으로 2022년보다 30만9000명(2.0%) 늘었다. 연령별로 보면 20·30대는 줄고 50·60대는 늘어나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다. 30세 미만 주택 소유자는 지난해 25만2000명으로 2022년보다 2만2000명 줄었다. 2021년 29만1000명에서 2년 연속 감소했다. 30대는 2021년 164만7000명에서 2022년 154만1000명, 작년 148만명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최근 1년 새 20·30대 주택 소유자는 8만3000명 준 셈이다.
반면 50대 주택 소유자는 지난해 393만8000명으로 전년보다 8만6000명 증가했고, 60대도 같은 기간 355만4000명으로 16만8000명 늘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20·30대의) 주택 매매가 활발하지 않았다”며 “2023년은 (청년층에서) 대거 신규 진입이 생길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 호황기 때 영끌 대출을 한 20·30대가 고금리 장기화를 감당하지 못해 내다 팔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의 ‘10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493건으로, 2020년 11월 이후 3년11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내수 회복세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청년층은 ‘고용한파’로 소득마저 불안정한 형편에 처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내수와 관련 깊은 판매 종사자는 올해 1~10월 251만8000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11만명 줄었다. 이는 7차 표준직업분류 기준이 적용된 2013년 이후 1~10월 기준 2020년(-12만7000명), 2021년(-13만2000명)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감소폭이다. 판매직 감소는 주로 청년층에 타격을 줬는데, 올해 줄어든 11만명 중 절반에 가까운 5만1000명이 청년층(15~29세)이었다.
판매직 외 다른 고용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청년층의 핵심인 20대 후반의 고용률은 9월과 10월 각각 전년 동월 대비 0.2%포인트, 0.5%포인트 하락했고,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층 인구는 지난달 들어 5만2000명 늘었다.
문제는 내년 고용시장도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수출 증가폭 감소 등으로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취업자 수 증가폭을 14만명으로 전망해 8월(16만명)보다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 일자리는 서비스업 등 내수 산업과 관련된 일자리가 많은데, 내수 활성화를 위해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며 “노동시장이 고령화되면서 젊은이 일자리가 많지 않은 측면이 있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허진욱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단 경기가 개선돼야 하므로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진행해 청년이 역동적으로 첫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